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돌려막기…원전 최종 처분장 속도 내야

세종=조규희 기자
2026.01.13 04:30

[일렉코노미]<하편>에너지노믹스 리셋: 공급과 분산의 길⑦

[편집자주] AI가 세계 경제의 기술 패권을 재편하고 탄소중립 전환이 산업과 생활 전반을 뒤흔든다. 이 두 흐름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전기(Electricity)라는 하나의 지점에서 만난다. 전력 수요 급증 속 공급을 제약하는 '역설'이 향후 세계 경제의 토대가 될 수밖에 없다. '일렉코노미(Eleconomy)'는 미래 경제를 좌우할 이 전환의 본질을 짚고 한국이 직면한 기술·에너지·인프라의 세 가지 도전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며 AI와 탄소중립 시대에 요구되는 '아름다운 에너지 믹스'와 국가 전략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리 원전 3호기 습식저장시설에 핵분열을 마치고 남은 폐연료봉인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돼 있다.

안정적 전원 공급과 저렴한 전기요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원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처리는 원전이 지닌 숙제다. 지금도 사용후핵연료 저장 공간 부족 사태가 빈번히 발생한다. 보관할 장소가 부족하니 임시방편으로 새로운 공간으로 옮기는 과정이 반복되고 막대한 비용도 발생한다.

11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고리 원전본부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포화율은 92%을 넘는다. 한빛 84.5% 한울 72.5% 순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격리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최종 처분장 설립까지 30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질 경우 멀쩡히 사용가능한 원전의 가동 중단 사태가 먼저 찾아올 수 있다.

이미 전국에 위치한 원전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이동 전쟁이 펼쳐진다. 통상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는 해당 호기의 습식저장조에 보관한다.

한빛 1호기의 저장조 용량은 2105다발인데 지난해 기준 1900다발을 넘겼다. 여유공간이 부족해 뒤늦게 지어진 한빛 3,4,5,6호기의 저장조를 활용한다. 특수 재질을 필요로 하는 저장용기 구입 비용, 이동 비용 등은 차치하고라도 남은 호기의 저장조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빛 6호기의 저장용량도 1281다발인데 벌써 987다발까지 찼다.

또 다른 대안인 건식저장시설 설치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습식저장조가 한계에 도달하면 원전 여유 부지에 맥스터 등의 저장시설을 설치해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한다. 월성 본부의 경우 49만8000다발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완료한 상태다.

한수원은 올해 4월 한빛 원전, 8월 고리, 한울 원전의 건식저장시설 운영을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최종 운영 허가 승인 목표는 각각 2028년과 2029년이다. 건설 완료까지는 시간이 더 든다.

임시방편으로는 해결이 힘들다. 결국 최종 처분장 마련에 속도를 내야한다. 다행스럽게 지난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이 제정 돼 법적 기반은 마련됐다. 지하 500m 환경서 안전한지 여부 등을 확인할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도 예비타당성 면제가 확정되며 순항 중이다. 태백시에 지을 URL은 암반 특성, 지하수 흐름, 열 이동, 장기 안전성 등을 연구·실증하는 시설로 향후 건설될 처분시설의 설계 기준과 안전성 입증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올해부터 본격 가동할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당장 위원회 구성 완료 후 부지 선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부지 적합성, 주민 보상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예상하는 최종 처분장 부지확보가 2038년이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가 빨리 진행돼야 더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 등 조화로운 에너지 믹스를 위해 원전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속도를 내야 한다"며 "손을 놓고 있다간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블랙아웃(대정전) 가능성도 있는만큼 건식저장시설 확보는 물론 최종처분장 추진 절차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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