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13조원대 영업이익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 인상과 연료비 하락으로 영업환경이 정상화한 영향이다. 올해는 미국 원전 시장 진출과 전기요금 개편 기대감 등으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전은 2025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13조5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61.7% 증가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3% 늘어난 97조4345억원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한전은 2021~2023년 동안 원가에 해당하는 연료비가 급등하면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다. 이 기간 누적된 영업손실만 47조8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점차 연료가격이 하향 안정화에 접어들고 2024년에는 전기요금 인상이 추진되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다.
지난해 전기판매량은 549.4TWh(테라와트시)로 전년 대비 0.1%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전기 판매단가가 2024년 1kWh(킬로와트시) 당 162.9원에서 지난해 170.4원으로 7.5% 오르면서 영업수익이 개선됐다.
원전, 액화천연가스(LNG) 등 자회사 발전량 감소와 연료가격 하락으로 자회사 연료비는 전년 대비 3조1014억원 감소했다. 민간발전사 구입전력비는 전력도매가격(SMP) 하락의 영향으로 6072억원 줄었다.
자회사 해외사업비용은 1조4161억원 증가했다. 발전과 송배전 설비 자산 증가에 따라 감가상각비 및 수선유지비는 6528억원 늘었다.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누적 영업손실 47조8000억원 중 36조1000억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부채 206조원과 차입금 130조원이 남아있어 하루 이자비용으로만 119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한전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고객참여 부하차단 제도 시행,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탄력운영 등으로 1조3000억원의 구입전력비를 절감했다. 인공지능(AI) 활용 자산관리시스템(AMS) 고도화로 설비 유지보수를 효율화하고 공사비 절감 등으로 사업비를 9000억원 줄였다.
투자사업 시기 조정 등으로 5000억원을 절감한 한편 비핵심 자산 매각 등으로 9000억원 가량의 영업외 수익을 창출했다.
한전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재무 건전성 회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 송전망 구축 등 미래 투자도 확대한다.
특히 대규모 송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20조원 이상의 추가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개편과 지역별 요금 도입 등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올해까지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실질적인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한국전력의 현금흐름 개선을 위한 조치"라며 "한전이 중장기 설비투자로 인해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전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제도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과의 원전 협력도 주목할 요소다. 현재 미국은 AI로 인해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원전산업 생태계가 취약해진 상황이어서 한국 원전 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국 정부는 한미 관세협상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프로젝트 중 원전 건설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을 필두로 한 팀 코리아는 국내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체코에서 대형원전 프로젝트를 수행해본 경험이 있는 사업자"라며 "안정적인 납기와 가격 경쟁력, 탄탄한 밸류체인 등 미국이 원하는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