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이 시점에선 가능성이 작다"면서도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간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0일 금통위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충격이 일시적일 경우에는 정책 시차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조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에 동결했다. 7회 연속 동결 결정이다. 중동 전쟁의 여파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금통위원 7명 전원 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 총재는 "충격이 장기화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확산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경우에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중동 상황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불확실성을 이유로 정책 결정을 유보한 것이 아니라 중동 전쟁의 전개와 그 파급 영향을 보다 면밀히 점검하면서 정책 방향을 판단해 나가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편성한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에 대해선 "재정 건전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원칙은 계속 강조해왔다"며 "다만, 이번 추경은 부채를 통해 조달된 것이 아니라 초과세수를 통해 조달됐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초과세수에 따른 지방재정 보강을 두고선 문제를 제기했다.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각각 내국세의 19.24%와 20.79%로 조성한다. 초과세수가 발생할 경우에도 이 비율에 따라 지방으로 내려보낸다.
이 총재는 "과거 우리나라가 교육을 통해 인재를 키우고 초·중등학교의 의무교육도 해야 되고 이럴 때는 바람직한 지출 항목이었는지 모르지만, 초과세수가 생겼다고 초·중등학교 교육예산으로 보내는 것이 목적에 합당하냐"고 말했다.
특히 "이런 경직성들은 다시 한번 고려해 봐야 되지 않냐"며 "늘어난 세금의 일부가 경기나 다른 목적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교육예산으로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려해 봐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최근 환율 상황을 두고선 "그 이전에 환율이 굉장히 빠른 속 도로 올라간 것에 비해서 이란 사태가 안정되면 그만큼 빠르게 내려올 가능성도 있다"며 "환율 예측은 어렵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을 보면서 얘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오는 20일 퇴임을 앞둔 상황이다. 이날 금통위는 이 총재의 마지막 금통위였다. 후임자로는 신현송 전 국제결제은행(BIS) 국장이 지명됐다.
이 총재는 "(그동안) 금리 결정에 관해서는 후회스러운 면은 없다"며 "금리 조기 인하에 실기했다는 분도 많았고, 금리를 너무 안 올려서 환율이 이렇게 됐다고 비난하시는 분들 많은데 양쪽이 균형이니까 그래도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후보자의 외화 자산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신 후보자의) 애국심이 가지고 있는 자산보다 더 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신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총 82억4102만원으로 이 가운데 45억7472만원(55.5%)이 해외 금융자산과 해외 부동산이다. 한은 총재가 환율 정책을 담당하는 점에서 인사청문회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