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벌린 닭, 먼저 알아챈 AI…폭염과 싸우는 스마트축사

세종=정혁수 기자
2026.08.04 14:43
사진은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 내 스마트 양계 통합관제시스템 테스트베드에서 육계와 산란계를 사육하는 모습. /사진제공=LG유플러스

한낮 기온이 40도를 넘나드는 요즘 날씨다. 사람은 에어컨을 켜고 그늘을 찾지만, 축사 안의 닭들은 다른 방식으로 더위와 싸운다. 땀 한방울 흘릴 수 없는 닭들은 입을 벌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생존을 위해 발버둥친다.

폭염이 이어질수록 양계농가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도 사료가 아니다. 바로 '닭의 체온'이다.

닭의 정상 체온은 약 41~42도로 사람보다 4~5도높다. 얼핏 높은 체온 덕분에 더위에도 강할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이미 높은 체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외부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버틸 여유가 급격히 줄어든다.

기온이 30도를 넘기면 사료 섭취량이 감소하기 시작하고, 33~35도에 이르면 입을 벌리고 헐떡이는 '팬팅(Panting)' 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은 단순한 더위 먹음이 아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체온 조절이다.

하지만 이마저 오래 지속되면 문제가 생긴다.

닭은 땀샘이 거의 없어 사람처럼 땀으로 열을 식힐 수 없다. 과도한 호흡은 체내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배출시키고 혈액의 산성도를 변화시키는 호흡성 알칼리증으로 이어진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산란율과 증체율이 감소한다. 심한 경우 폐사까지 이어진다.

폭염으로 힘든 건 닭만이 아니다. 농가의 생산성과 국민 식탁까지 위험에 빠뜨린다.

산란계는 알을 덜 낳고, 달걀 껍데기는 약해진다. 육계는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사료효율도 떨어진다.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질병 위험도 커진다. 해마다 여름이면 전국 곳곳에서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 마리의 가금류가 폭염 피해를 입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축산 현장에는 조금씩 다른 풍경도 나타나고 있다. 사람보다 먼저 더위를 감지하는 것은 농장주가 아니라 센서다.

스마트축사는 온도와 습도는 물론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풍속까지 24시간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축사 내부 환경이 기준치를 벗어나면 환기창이 자동으로 열리고, 냉방시설과 안개분무기, 환풍기가 즉시 작동한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진화했다. AI가 기상예보와 축사 환경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폭염이 닥치기 전부터 환기량과 냉방장치를 미리 조절하는 기술이 현장에 보급되고 있다. 닭이 입을 벌리고 헐떡이기 전에 먼저 더위를 줄여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폐사율은 낮아지고 사료효율은 높아진다. 생산성 향상은 물론 항생제 사용 감소와 동물복지 개선이라는 효과도 함께 얻는다. 이제 스마트축사는 단순히 노동력을 줄여주는 자동화 시설이 아니라, 기후위기 속에서 가축의 생명을 지키는 생존 장비가 되고 있다.

농업은 오랫동안 자연을 거스르기보다 자연에 적응하는 산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폭염은 '적응'만으로 견디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체온 42℃의 닭에게 여름은 계절이 아니라 생존의 시험대가 됐다. 결국 기후위기 시대 축산의 경쟁력은 사육 마릿수가 아니라 얼마나 정교하게 환경을 관리할 수 있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졌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여름철 축산농가 피해 최소화를 위해 도 농업기술원, 시군농업기술센터와 합동으로 '현장기술지원단'을 구성하고, 이달 말 까지 현장 밀착 지원에 나선다. 또 상시 운영 중인 '가축사육기상정보시스템'을 통해 가축 더위지수(THI) 예측 정보와 고온기 사양관리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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