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세제개편안의 목표를 '세부담 정상화'라고 표현했지만 오히려 '징벌적 증세'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강화가 오히려 매물을 잠그고 부담을 전가하는 역할을 해 집값 안정화에 기여할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평가도 제시됐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집은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사는 곳(Living)'이란 입장을 강조했다. 투기를 배격하고 실거주를 장려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번 세제개편안은 비거주 주택과 다주택의 세부담을 키우고 거주용 1주택의 부담을 줄이는 내용이 골자다. 종합부동산세 개편을 살펴보면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여 부담을 줄였다.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낮췄다. 종부세액 산출에 사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다주택자는 현행 60%에서 80%까지 높이기로 했다.
종부세율을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기준으로 바꿔 '똘똘한 한 채' 쏠림도 막는다. 과세표준 6~12억원(시가 32억원~45억원 수준) 구간부터 세율을 1.3%로 0.3%포인트 상향한다. 이후 구간도 각각 2%·3%·4%·5%의 세율을 적용한다.
정부는 이에 대해 시가 30억원 미만은 오히려 종부세 부담이 줄어들고 30억~40억원까지는 지금보다 상향, 그 위로는 부담이 더 커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세부담의 정상화'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같은 세부담의 정상화를 두고 일각에선 징벌적 증세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선 주택 수가 아닌 가액기준으로 바꾸면서 고가 주택이라는 명분으로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이 커진다. 기본공제가 2억원 확대되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부담 상한 인상의 영향을 받으면서다.
주택가액 기준 과세도 투기와 실거주 구분이 불분명하다. 예컨대 30억원 주택 1채를 보유한 경우와 10억원 주택을 3채 보유한 경우 후자가 투기에 가깝지만 동일한 종부세율을 적용받는다. 가액 기준 적용에 신중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종부세의 세부담 상한을 200%로 상향하고 종부세 공제한도를 2027년 800만원, 2028년부터 600만원으로 단계적 축소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종부세 1세대 1주택자 세액공제에 공제한도를 설정했다는 것"이라며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에 의해 보유하거나 매도하는 걸 계획하는데, 수천만원씩 깎아주던 걸 600만원으로 제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보유세를 올리면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를 낮춰 거래를 유도해야 하는데 오히려 양도세 부담은 늘면서 집값 안정에 기여할 지 여부도 불분명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현재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1주택자의 경우 보유·거주 기간에 따라 각각 최대 40%씩 총 80%까지 한도 없이 공제받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이를 2029년부터 거주 연 8%씩 10년간 최대 80%, 공제한도는 10억원으로 제한한다. 다주택자는 거주 시 연 2%씩 15년간 최대 30%만 공제된다. 공제한도가 생기면서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서 오히려 보유를 선택하는 매물잠김 우려도 나온다.
특히 비거주 주택에 대한 증세는 전월세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실거주 중심의 세제 혜택으로 실거주자가 늘어나면서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전월세 시장으로 높아진 보유세만큼 가격 전가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집값 안정화 효과가 크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시가 약 20억원 이하는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올라갈 공산이 크다. 사실상 정부가 기준을 제시해줬단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종부세 부담이 높아지면 오히려 집을 팔지 않는다"며 "양도세가 심하게 나오는데 누가 팔겠나. 매물 잠김은 상식적인 얘기로, 보유세 내기가 싫지만 정권 끝날 때까지 참겠다는 사람이 대다수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