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헐크가 아니다. 마크 러팔로가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에서 파격적인 악당 연기로 모두를 놀라게 할 전망이다.
20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나오미 애키가 참석했다. '미키 17'은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어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 미키(로버트 패틴슨). 죽음을 여러 번 반복한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18번째 미키가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벤져스'의 헐크로 잘 알려진 마크 러팔로는 '미키 17'에서 필모그래피 최초로 악당 연기를 한다. 그가 '미키 17'에서 맡은 역할은 얼음행성 개척단의 독재자 케네스 마셜이다. 케네스는 실패한 정치인이자 종교 집단의 리더로,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독특한 빌런이다. 멍청함, 허세, 인종주의, 차별주의자 등 온갖 나쁜 것들은 다 갖춘 케네스는 독재자임에도 웃기다. '미키 17'에서 발생하는 코미디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다.
마크 러팔로는 처음으로 악당을 연기할 수 있도록 손 내밀어준 봉준호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는 "'미키 17' 출연 제의 받았을 때 내게 들어 온 게 맞나 싶어 주의 깊게 대본을 봤다"라며 "스스로 나를 의심하고 있을 때 이런 역할을 믿고 맡겨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하다. 당연히 제 연기에 만족할 수는 없다. 항상 미완성이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생각할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사람을 볼 때 자꾸 이상한 면만 보게 된다. 어느 한구석에 뭔가 다른, 그 사람의 알려진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 보이면 집착이 생긴다. 마크 러팔로가 한 번도 악당 역할을 하지 않은 게 신기한 따름이었다. 첫 번째 기회가 내게 왔다는 게 신나고 기뻐서 시나리오를 건넸더니 '왜 나에게? 내가 뭐 잘못했어요?'라는 느낌으로 낯설어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봉준호 감독은 결과적으로 마크 러팔로 연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봉 감독은 "독재자가 가진 위험한 매력이 있다. 역사 속 독재자를 보면 대중을 휘어잡는 기묘한 매력이나 애교가 있다. 마크 러팔로에게도 이상한 귀여움이 있어서 그걸 잘 표현해 줄 거로 믿었다. 실제로 그렇게 표현해 줬다. 제가 행운이었다"라고 말했다. 마크 러팔로는 자신의 연기에는 100% 만족하지 않지만 "영화가 나온 결과물은 만족한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마크 러팔로의 극 중 역할의 모델이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마크 러팔로는 이에 대해 "특정인을 연상시키지 않길 바란다"라며 "케네스 마셜은 특정인이기보다 전형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치인의 모습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째째하고 그릇이 작은 독재자들을 오랜 세월 동안 보지 않았나. 그것은 계속 반복된다. 그런 독재자는 자기 자신만 알고, 본인 이익만 원하고, 굉장히 연약한 자화상이 있다. 실패하는 독재자들이다. 아마도 다양한 인물들이 의도적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한다"라며 "인물이 말할 때 악센트 등 방식이 변화한다.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고 싶었다. 사람들이 더 많은 해석을 하길 바란다. 전 세계에 있는 지도자들, 과거에 있는 지도자들을 연상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개봉 후 어떤 반응이 있을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마크 러팔로는 "우리 영화에는 많은 것들이 나온다"라며 '미키 17'에 다양한 요소가 담겨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촬영을 끝낸 2년 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예언자처럼 나중에 나타나게 된 것도 있다. 관객들이 보게 됐을 때 '아 뭔가 소름 끼치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닮았다'라고 생각하게 될 여지가 있다. 3년이 더 지나고 나면 더 많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미키 17'은 오는 28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