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박해수, 흔들림 속에서 보여준 진가 [인터뷰]

이덕행 ize 기자
2025.04.10 14:05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악연'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박해수가 연기한 목격남이다. 다양한 캐릭터들과 만나는 목격남은 누구를 상대하느냐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목격남이 보여주는 변화의 간극과 흔들림이 커질수록 박해수라는 배우가 가진 가치 역시 빛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악연'(연출·극본 이일형)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작품이다.

'악연'은 공개 이후 '오늘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부문 1위는 물론 3일 만에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5위에 오르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의문의 사고를 목격한 뒤 이를 은폐하려는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이는 목격남 역을 맡은 박해수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인터뷰에 나서며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넷플릭스

'안경남'(이광수)의 뺑소니 사고 유기를 돕던 목격남은 결국 이를 빌미로 수천 만원을 요구하는 악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유정(공승연)과 함께 사건을 설계한 공범이자 조력자라는 반전까지 드러나며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자극한다.

"이렇게까지 극한으로 치닫는 인물을 만나는 것도 드문 일이라 더 끌렸어요. 어떻게 변화해야할지 고민도 했어요. 작품 자체가 만화 같기 때문에 밖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공감하거나 합리화하는 부분이 적다 보니 다른 악인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극한으로 가지만 밖에서 봤을 때는 우습고 잘못된 선택들이 보였어요. 다만, 후반에는 예민하게 계속 성질을 돋워야하는 부분이 있어서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스스로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지만, 박해수는 이를 현실에서 보여줘야 했다.

"작품을 만나면 멀리 있는 걸 끌어오거나, 제가 가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캐릭터를 우화처럼 바라봤지만, 저는 현실에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연기했어요. 그나마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집을 얻기 위해 돈이 필요한데 남의 잘못을 바탕으로 돈을 뜯어내는 것이 옳다고 합리화하는 것이었어요. 내 잘못이 아니고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회피하는 과정에서 동력이 생기더라고요."

쉽지 않은 연기를 도와준 건 분장이었다. 특히 극 중 목격남은 전신 화상을 입게 되는데, 박해수는 이를 위해 매일 같이 분장에 힘썼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는 박해수가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로 작용했다.

"희준의 형에게 '남산의 부장들'할 때 살찌웠던 것에 대해 물어보니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가면을 쓴 것처럼 재미있게 작업했어요. 처음에는 3시간씩 걸리더라고요. 화상 분장을 하면서 캐릭터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자연스러운 동작과 표정이 나오고 성질도 돋워지는 것 같더라고요."

/사진=넷플릭스

작품 안에서 또 한 번 연기를 해야 하는 목격남은 섬세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게 필수적이다. 박해수는 자신 스스로 그런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캐릭터와의 만남을 통해 변화를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상황을 대면하면서 변화하는 순간을 잘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다행히 5명의 캐릭터를 만나며 주고받는 상황이 형성됐어요. 후반에 박재영으로 변신하는 상황에서는 더 몰아붙이고 죽어 마땅한 친구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주변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지만, 결국 이를 구현해 낸 건 박해수 본인이다. '악연'을 시청한 사람들은 박해수의 연기에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박해수는 "많이 부족하다"며 겸손함을 유지하면서도 계속 변화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솔직히 모르겠어요. 많이 부족해요. 허점이 보이기도 하고 완벽하다고 절대 말할 수 없어요. 캐릭터들이 가진 변화의 간극이 커서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저 또한 그런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어하는 것은 자랑할 만한 것 같아요. 단층적인 캐릭터보다는 어떻게든 인물을 흔들고 흔들리게 만들고 싶거든요. 사람이 어떤 안정적인 상황에 있더라도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걸 극대화해서 표현하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하고요."

/사진=넷플릭스

악연으로 얽힌 다섯 명의 악인들은 모두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다. 악연 속에서도 악행을 선택하지 않은 주연(신민아)만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박해수는 '악연'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결국 그 안에 담겨있다고 전했다.

"누가 더 악인이고를 비교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오히려 악이 눈덩이처럼 하나의 덩어리 같다고 느껴져요. 그걸 녹인게 주연의 용서고요. 결국 악연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건 우리에게 있다는 거죠. 악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덩어리를 녹일 수 있다는 건 한 명의 선택이라는 걸 알려주는 점이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는 자연스럽게 주연을 연기한 신민아에 대한 칭찬으로 이어졌다. 박해수는 신민아의 '선한 단단함'을 언급하며 자신도 모르게 물러서거나 눈을 피하는 연기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은 빛으로도 엄청난 어둠을 이길 수 있다고 느꼈어요. 신민아 배우가 가진 선한 단단함으로 에너지를 많이 느꼈어요. 그러다 보니 대본에도 없었는데 뒷걸음질 치고, 눈을 피하게 되더라고요. 너무 몰입해서 그런지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사진=넷플릭스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오징어 게임'을 시작으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수리남', '사냥의 시간', '야차'에 이어 '악연'까지 박해수는 유독 넷플릭스와 많은 작품을 함께하고 있다. 올해 공개를 앞둔 '대홍수', '굿뉴스' 역시 넷플릭스 작품이다.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별명까지 가진 박해수는 넷플릭스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것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저는 작품을 선택하고 캐릭터를 보는 게 1순위고, 사실 그다음 단계까지는 생각 안 해요. 다양한 장르와 무대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여러 방면에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같은 바이오리듬으로 몇 년의 시대를 같이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기도 해요."

결국 캐릭터와 작품을 먼저 본다는 박해수는 최근 몇 년간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 이유에 대해 솔직하게 전했다. 동시에 "더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다"며 앞으로 더욱 변화무쌍한 활동을 예고했다.

"감사하게도 장르물이 많이 들어왔고, 저도 그 순간에는 그런 것들이 끌렸어요.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고, 제가 어떻게 소화할지 궁금하고 도전 의식이 생겼거든요. 제가 가진 이미지와도 비슷한 것 같았고요. 그런데 더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기는 해요. 멜로도 있고 휴머니즘이 있는 장르도 해보고 싶고요. 돌이켜봐도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는 결국 그런 결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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