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의 자존심, 샤이니의 새 미니앨범 'Atmos'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 ize 기자
2026.06.03 08:54
샤이니는 아이돌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게 만든 최초의 케이팝 보이그룹 중 하나였으며, 음악성으로 비평의 필요성을 역설한 드문 아이콘이었다. 이들은 데뷔 초부터 현재까지 음악, 춤, 패션에서 트렌드를 제시하고 이끌어왔으며, 새 미니앨범 'Atmos'에서도 컨템퍼러리 밴드로서 유효함을 증명했다. 샤이니는 멤버 종현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며 그룹의 공백을 최소화하려 노력했고, 이번 앨범 역시 뛰어난 보컬 기교와 세련된 무드로 팬들에게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확신을 주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지구촌이 들썩이는 BTS의 영향력을 보며 나는 자연스레 샤이니를 떠올렸다. 2000년대 후반 샤이니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지금 BTS 자리에 저들이 서 있을 줄 알았다. 왜냐하면 샤이니는 아이돌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게끔 만든 거의 최초의 케이팝 보이그룹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장르에 비평의 필요성을 역설한 존재였고, 아이돌 음악의 음악성을 조목조목 입증한 드문 아이콘이었다. 특히 ‘누난 너무 예뻐’로 시작해 ‘줄리엣’, ‘링 딩 동’, ‘루시퍼’, ‘셜록’이라는 4연타를 뒤로 하고 2부작으로 선보인 3집은 이후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언제든 명반으로 다뤄질 세월의 자격마저 확보했다. 이들을 수식해 온 ‘글로벌 케이팝 리더’라는 소속사의 홍보 문구는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실력과 영향력, 선구적인 면모 모두에서 그들은 그럴 자격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

처음 샤이니가 등장했을 때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표현을 썼다. 동시대를 뜻하는 ‘Contemporary’에 보이밴드의 ‘밴드’를 더한 합성어였을 텐데 SM은 “음악, 춤, 패션 등에서 현시대에 맞는 트렌드를 제시하고 이끌어 나가는 팀”이라는 말로 저 합성어를 설명했다. 그리고 이 설명은 샤이니라는 팀 자체에 대한 정의가 되었다. 실제 저들은 2008년 데뷔 때부터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음악과 춤, 패션에서 단 한 번도 선후배, 동료 케이팝 그룹들에 뒤진 적이 없었는데, 이번 여섯 번째 미니앨범에서 치자면 산뜻한 후렴구를 가진 타이틀곡 ‘Atmos(애트모스)’의 글리치한 인트로나 근래 케이팝 곡들에 감초로 쓰이는 UK 개러지를 장착한 ‘Possibility(파서빌리티)’ 정도를 들 수 있겠다. 샤이니는 데뷔 2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도 ‘컨템퍼러리 밴드’로서 유효하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중고등학생이었던 멤버들이 어느덧 30대 중반에 이르렀건만 이들의 쾌청한 이미지와 음악은 딱히 변한 게 없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오가며 불꽃놀이로 절정에 이르는 ‘Atmos’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자면 이들이 정말 열여덟 해를 활동한 그룹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다. 그 감각, 그 에너지, 그 가창력과 안무는 2026년보다 10년은 젊어 보인다. 그런 샤이니는 분명 2017년 그날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한 사람의 부재가 남은 이들의 예술적 동력이 되어야 하는 건 슬픈 역설이지만, 계속 함께하는 네 사람은 종현과 같이 이룬 영광이 아깝지 않도록 훌륭한 음악을 계속 들려주고 있다. 비록 예전의 빈도엔 못 미칠지언정, 데뷔 10주년을 앞두고 떠난 종현의 10주기를 앞둔 지금까지 샤이니는 정규 앨범과 EP를 똑같이 세 장씩 내며 어떻게든 그룹의 공백을 최소화하려 앞만 보며 달려왔다. 모든 성공의 기본은 근면이라는 걸 이들은 행동으로 증명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늘 기대 이상을 들려준 그룹답게 이번 미니앨범도 귀를 즐겁게 한다. 시간이 비켜간 듯한 네 보컬리스트의 기교와 어울림(화음)은 환상적이고, SM이 전통적으로 잘해온 EDM·알앤비 스타일을 비롯해 신스의 청량감과 베이스의 탄력에 둘러싸인 세련된 무드는 이들이 그 힘들다는 케이팝 시장에서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활동한 보이그룹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현재적이다. 불안하거나 뒤처진 느낌은 전혀 없다. 멤버들의 솔로 작품 외 샤이니의 ‘Satellite(새트라이트)’에도 노랫말을 준 박태원(‘Anti Believer’)과 케이팝형 크리에이터들인 파비안 토르손, 마리아 마커스가 각각 참여한 마지막 두 발라드 트랙(‘소나기 (Still Raining)’과 ‘Thousand Miles Away(사우선드 마일즈 어웨이)’)을 담은 이번 EP에서 샤이니는 앞으로도 10년은 더 이 페이스를 유지해 나가리란 확신을 팬들에게 갖게 하고 있다. 모름지기 예술가는 작품으로 신뢰를 주어야 팬들이 설득되는 법. 샤이니는 2008년부터 그걸 해왔다. 그것도 아주 잘.

샤이니는 스마트폰이 갓 등장했을 때 등장했다. 한 소절만 들어도 ‘아, 이건 샤이니 노래!’임을 알게 해 준 종현의 단단한 보이스 톤을 앞세운 2000~2010년대의 이들은 케이팝 아이돌 음악의 청사진이었고, 당시 미래형이었던 그 비전은 현재에도 실시간으로 흐르고 있다. 퀄리티가 기울지 않은 채 이토록 한 자리에서 오래 버틴 아이돌 보이그룹은 케이팝계, 나아가 세계 팝계에서도 전무했던 걸로 안다. 그것만으로도 샤이니는 역사를 썼다.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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