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건립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땅값을 알아보는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어요. 급하게 매물로 내놨던 땅주인들도 다시 거둬들이는 상황이고요. 이미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땅값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입니다."(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D공인중개소 대표)
12일 찾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지난 10일 '제주 제2공항'이 성산일출봉 인근인 신산·온평·난산·고성·수산리 일대에 들어설 것으로 발표되자 부근의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다. 중개업소로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그나마 나왔던 매물도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특히 공항부지의 70% 이상이 포함된 온평리 일대는 주민들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공항 부지에 포함된 주민들은 '울고' 있는 반면 포함되지 않은 주민들은 '웃고' 있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온평리 한 주민은 "최근 이쪽으로 오는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게스트하우스나 펜션 등을 지어 운영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1년새 땅값이 2배 이상 올랐는데 공항부지로 포함된 곳은 10분의 1도 안된다. 나중에 보상을 받더라도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공항부지에 포함되지 않는 주변 지역이 개발 여파로 땅값이 크게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온평리 다른 주민은 "지난해 초만 해도 3.3㎡당 30만~50만원하던 땅값이 공항 발표가 있기 전엔 100만원 이상에 거래됐는데 공항 발표 이후엔 아예 매물이 사라졌다"고 귀띔했다.
이번 공항부지에 포함된 온평리 인근의 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3.3㎡당 3만8000원에서 올해 4만8000원으로 26%나 올랐지만 실제 거래가의 5% 안팎에 불과하다. 결국 공항부지에 포함된 주민들이 이 같은 공시지가에 기반한 감정가로 보상을 받게 되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역 중개업소들은 설명했다.
"제주 4·3사건때 일본으로 도망간 사람들이 '땅주인'"
이 때문에 마을주민 상당수는 제2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입지에 해당하는 토지를 가진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온평리 마을사무소에서 만난 한 주민은 "어제서야 공항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이게 무슨 날벼락인 줄 모르겠다"며 "지금 당장은 제2공항 건설자체가 이익이 될지 피해를 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항이 들어서 개발이 되더라도 이익을 볼 수 있는 이곳 땅 소유주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외지인이란 점도 우려했다. 실제 온평리의 경우 도민 소유 토지는 55%, 외지인 소유가 36%나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이곳으로 이사한 70대 주민은 "제주 4·3사건때 학살을 피해 일본으로 도망친 사람들이 이곳 땅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며 "최근엔 외지인들이 펜션 등을 짓기 위해 땅을 사들여 공항이 들어서도 주민들은 크게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강정마을 사태가 또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주민은 "주민들의 의견 수렴과정도 거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부지를 선정했다"며 "건설과정에서 환경, 소음 이런 부분들에 대한 주민 반대가 커지면 결국 강정마을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염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