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제주 서귀포의 한 시골 마을로 들어서니 이질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잘 정돈된 도로와 잔디밭이 넓게 펼쳐진 학교들, 고급스러운 주택가가 눈에 들어왔다. 집 앞엔 벤츠 등 수입차를 비롯한 고급 차량이 가지런히 주차돼 있었다.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구억·신평리 일원 379만2000㎡에 조성되고 있는 '제주영어교육도시'의 모습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는 제주도와 정부가 오는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총 사업비 1조90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세계 명문 교육기관을 유치해 해외유학·어학연수 수요를 흡수하는 동시에 바다 건너 외국인 학생까지 유치한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교육 변방'으로 여겨지던 제주도가 국제 교육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강남 맹모'들은 일찌감치 이곳에 터를 잡았고 지난해 배출된 첫 졸업생이 영국 캠브리지 등 해외 유수 대학에 입학하면서 재차 관심이 커졌다.
실제 지난 2011년 제주영어교육도시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영국의 '노스런던칼리지잇스쿨(NLCS) 제주'의 경우, 재학생 809명 중 452명(56%)이 수도권 출신(연초 기준)이다. 이듬해 10월에 문을 연 캐나다 명문 여자 사립학교인 '브랭섬홀 아시아' 역시 수도권 학생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
바로 옆 한국국제학교 제주캠퍼스(KIS)까지 합하면 3개 학교의 재학생 2000여 명 가량 가운데 우리나라 학생이 1700여 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수도권 출신 학생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는 다른 외국인학교와 달리 내국인 입학시 해외 거주 여부를 묻지 않는다. 제주특별법에 근거,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과 외국인의 입학조건을 구분하지 않는다. 해외 거주 경험과 상관없이 지원이 가능하고 내국인 정원비율도 없어 입학생 100%를 내국인으로 채울 수도 있다.
제주영어교육도시의 최종 목표는 7개의 국제학교와 영어교육센터, 2만명의 인구가 상주하는 정주형 교육도시다. 하지만 아직 전체 계획 대비 3분의1 정도만 개발돼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부유층 자녀만을 위한 '귀족학교' 논란도 여전하다.
인근에서 분양 중인 H아파트 관계자는 "2011년만 해도 누가 이곳에 애들을 보내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며 "지난해 졸업생을 배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지원자가 급증했고 특히 서울 강남권에서 유학 온 학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84㎡ 연립주택 월세가 '167만원'=이에 국제학교 주변 집값과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국제학교가 제주도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NLCS제주 인근에 위치한 K연립주택 84㎡(이하 전용면적) 주택형 3층의 경우, 지난달 3억5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성사됐다. 이는 2억2000만~2억4000만원 수준이던 2013년 입주 당시보다 최소 6500만원 이상 오른 금액이다.
이 지역 주택 거래의 또 다른 특징은 전세보다 월세 거래가 많다는 점이다. 국제학교에 입학하면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는데 부모들이 아이들의 적응을 위해 6개월~1년 정도 내려가 뒷바라지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보증금 없이 1년치 월세를 한번에 내는 '연세'(年貰) 거래도 흔하다.
K연립주택 84㎡ 주택형 3층의 경우, 지난 6월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67만원에 계약한 사례가 있다. 이는 연 2000만원의 연세를 12개월로 나눠 신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의 다른 단지 84㎡ 주택형도 지난 8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30만원에 계약됐다.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Y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국제학교가 해외유학의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주변 분양아파트의 가치가 크게 올랐다"면서 "다만 최근에는 공급이 크게 늘면서 집값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상태"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