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완전 개통 두달여를 앞둔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야간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발주처가 시공업체가 준공기일과 공사단가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야간공사를 강행한 것이 사고원인이란 지적이 나왔다.
#2013년 12월, 부산 북항대교와 남항대교를 잇는 접속도로 공사현장에선 철골구조물 붕괴로 근로자 4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사고 원인이 공사비 절감을 위한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에 있다고 지적했다. 발주처가 2014년 4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에 속도를 높이면서 야간작업이 빈번했고 필요한 안전조치도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1년 9월, 경북 봉화-울진국도 36호선 확장공사 현장에서 터널 붕괴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부산지방국도관리청이 발주한 이 공사는 낙찰률(예정가격 대비 낙찰가격)이 71.3%에 불과해 저가공사가 부실시공을 유발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공공사의 저가 공사비 관행이 건설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본전도 못 건지는 낮은 공사비가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과 부실시공으로 이어지고 사고위험도 그만큼 높이고 있다. 건설업계는 물론 전문가들은 근로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공사비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2014년부터 2017년 4월까지 준공된 공공공사 129건을 분석한 결과 37.2%인 48건의 ‘준공 실행률’이 적자 기준인 100%를 넘었다. 준공 실행률이란 낙찰가 대비 실제 공사비 비율로, 100%를 넘으면 적자를 의미한다. 공공공사 10건 중 4건은 받은 금액보다 돈을 더 들여 공사한 것이다.
이처럼 적자공사가 빈번한 이유는 저가 공사비를 유도하는 ‘입찰제도’ 탓이란 지적이 지배적이다. 공공공사의 시공사 선정시 300억원 미만 공사는 ‘적격심사제’, 300억원 이상 공사는 ‘종합심사제’가 각각 적용된다.
적격심사제는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업체 순으로 공사이행능력을 심사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제도다. 종합심사제는 가격뿐 아니라 공사수행능력, 사회적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두 방식 모두 가격 요소가 낙찰자 선정에 중요하게 작용, 평균 낙찰률이 7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 주장이다.
적은 공사비를 받고도 최대한 이윤을 남기려면 시공사 입장에선 공기를 단축하거나 하도급 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선 야간이나 주말작업이 불가피하지만, 근로자들의 피로 누적과 현장관리 미비 등으로 사고 발생률은 높아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발생한 중대 건설사고는 총 83건. 이중 평일 평균 중대사건 발생건수는 12.8건이었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각각 15건, 4건 등이었다. 근로자 작업참여비율이 토요일 78%, 일요일 23.7% 정도임을 감안하면 주말 사고발생 빈도는 평일보다 1.2~1.4배 높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 유발도 문제다. 원도급업체는 하청업체 선정시 최저가 경쟁을 붙이고 낮은 가격에 낙찰받은 하청업체는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불법으로 재하청을 준다. 이 과정에서 공정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은 물론, 저가자재를 사용하거나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건설업계 지적이다.
공사비 현실화는 단순히 건설업체들의 이윤추구 때문만이 아니라 건설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선결과제라는 의견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근본 원인을 따져보면 결국 공사비 문제로 귀결된다"며 "낙찰가율을 높이고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공사비도 추가 반영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