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만 오르면 범죄자 취급을 받는데 일하면서 굉장한 자괴감이 듭니다”
양천구에서 20년 넘게 중개업소를 운영한 50대 공인중개사 A씨는 “정부가 부동산 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편협하다”며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중개사부터 옥죄는 발상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2대책 이후 연초부터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정부와 지자체는 올해 초 부동산 투기 특별단속반을 꾸렸다.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는 단속반에 긴급체포, 임의동행 등 사법경찰권을 줬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발표 직후 강남, 용산 등 고가주택 거래가 많은 지역에선 문을 닫은 중개업소가 늘었다. 정부는 이런 현상이 불법 부동산 거래를 줄인 효과라고 자평한다. 하지만 현업 중개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단속반이 현장조사 실적을 위해 고의성없는 작은 실수까지 잡아내 과태료를 물리기 때문에 아예 며칠간 영업을 접는게 낫다는 것이다.
중개사들은 ‘집값 담합’ 주범이란 세간의 인식도 서글프다. 실제 가격하한선을 만들고 호가를 띄우는 주체는 부녀회나 입주민 인터넷카페가 대부분이며 중개업소는 이 과정에서 피해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용산구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 요청에 시세보다 낮은 급매물을 올리면 누구 마음대로 집값을 떨어뜨리냐며 욕설에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며 “동네 부동산 커뮤니티에 블랙리스트 명단을 만들어 아예 거래를 못하도록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동부이촌동 49개 중개업소는 악의적이고 지속적인 호가 담합 압력을 넣은 주민들을 지난 2월 검찰에 고소했다.
집값 담합을 막기 위해 도입한 인터넷 허위매물 신고센터도 부작용이 발생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8월 역대 최대인 2만1824건의 허위매물 신고가 접수됐는데 대부분 ‘시세보다 낮은 매물’이 지목됐다. 허위매물 신고시 48시간 동안 인터넷 노출이 막히고 해당 매물을 등록한 중개업소의 매물 등록이 중단된다는 점을 ‘역이용’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부녀회, 입주민 단체 등의 중개업소 업무방해 행위 및 공인중개사의 시세 조작 행위를 모두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의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정부 부동산 규제로 거래가 줄어 업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20~30대 젊은층도 공인중개사 시험에 뛰어들면서 매년 신규 합격자가 1만~2만명씩 증가한다. 자격증을 대여한 중개업자나 떳다방 등 불법 영업도 많다. 설상가상으로 ○방·△방 등 온라인 중개대행사도 시장을 넓히고 있다. 변호사들도 법인을 꾸려 중개업 시장을 노크한다. 중개수수료 인하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중개사들은 매년 1만개 이상의 중개업소가 문을 닫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 침체에 규제 강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업계가 더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