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시행 이후 시장의 시계가 한층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 전 허가 절차가 추가되면서 실거래 반영이 늦어지고 그 사이 호가만 움직이면서 매수·매도자 모두 가격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중개업계와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는 "최근 그 가격에 거래됐다더라", "실거래가가 올라와야 알 수 있다", "지금 이 호가는 너무 높다"는 식의 시세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실제 체결 가격은 다른데 동네 부동산업계가 가격을 방어하려 가두리를 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혼선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시행이 실거래 반영이 늦어진 데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기존에는 매매계약 후 실거래 신고까지 최대 30일이 소요됐지만 10·15 대책으로 계약 체결 전 토지거래허가 처리 과정이 추가되면서 실거래 신고까지 최대 50일이 걸리게 됐다. 매매약정서 작성 후 허가 신청 및 처리(최대 19일), 허가 후 계약 체결, 이후 실거래 신고(최대 30일)까지 절차가 길어지면서 정보 공백이 확대된 구조다.
실거래 반영이 늦어지자 시장에서는 눈치 보기가 반복되고 있다. 매도자는 최근 거래 사례를 근거로 호가를 올리거나 반대로 거래 부진을 우려해 가격을 낮추지만 매수자는 "지금 가격이 적정한지 모르겠다"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혼선이 이어지면서 실거래가가 공식 반영되기만을 기다리는 모습도 나타난다.
경기도 한 대단지 아파트 전용 59㎡ 분양권은 지난달 9억8000만원, 9억9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그러나 현재 매물 호가는 10억5000만~11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서 "최근 10억원 후반대에 거래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매물 호가가 11억원 안팎에서 결정되고 있는 것. 실거래 반영 시차가 확대되면서 파는 쪽도, 사는 쪽도 모두 "이 가격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혼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서울 주요 단지도 비슷하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59㎡는 고층 매물이 29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 지난해 12월 2층이 27억8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호가가 조정되면서 체결가와의 간극이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희궁자이 전용 59㎡는 지난해 10월 10층이 23억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24억5000만원에 올라와 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C 타입 호가도 올 1월 23억5000만원(5층)에 거래된 이후 호가가 23억2000만원부터 24억원까지 분산돼 있다.
거래가 줄어들다 보니 한두 건의 신고가나 급매 거래가 전체 시세처럼 받아들여지는 모습도 나타난다. 최근 한 건이 높은 가격에 팔리면 주변 매물도 그 수준에 맞춰 호가를 올리지만 실제로 그 가격에 거래가 이어지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가격은 먼저 움직이는데 이를 확인해 줄 공식 실거래가는 늦게 공개되면서 시장의 기준점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업계 간에는 대략적인 계약 분위기가 공유되지만 실거래가 반영이 늦어 매수자는 가격 판단이 어렵고 매도자는 추가 상승을 기대하게 된다"며 "혼선이 커지면서 양측 모두 거래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