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년주거정책, '공급'보다 '신뢰'가 먼저다

김지영 기자
2026.03.23 05:30
기자수첩용 기자

서울시 청년안심주택에서 또다시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불거졌다. 공공의 이름을 내건 정책이지만 막상 문제가 발생하자 "민간임대라 개입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문제가 발생한 주택의 청년들은 결국 개인 대출을 받아 다시 살 곳을 찾아야 했다.

마이너스 통장을 뚫고 부모와 지인에게 돈을 빌려 이사했다는 한 청년의 사연은 취재 내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후에도 유사한 피해를 호소하는 제보가 이어졌다. 임대인은 보증보험 가입과 갱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청년들의 보증금은 '언제 돌려받을지 모르는 돈'이 됐다. 청년 '안심' 주택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물론 임차권등기, 경매 배당 등 법적 보호 장치가 존재한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임대인에게 과태료 처분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금융 부담 그리고 불안은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청년안심주택 일부 단지에서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서울시는 대대적으로 보증금 선지급과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특정 단지에 한정된 미봉책일 뿐이었다.

최근 서울시는 청년 주거 종합대책 '더드림집+'를 발표하며 월세 지원을 확대하고 전세사기 예방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런 말만으로는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청년들이 직접 몸으로 감당해내야 하는 현실과 정책간의 괴리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청년가구의 약 90%가 전월세 가구다. 이런 상황에서 보증금 안전장치가 흔들리면 정책 전반의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보증보험 관리 권한 강화를 정부에 건의했지만 국토교통부는 형평성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관련 제도 개선 움직임도 멈춰선 지 오래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와 권한을 쥔 중앙정부 사이에서 정책 논의가 공전하는 사이에도 전세 보증금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청년 주거정책은 공급·금융·보증 제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만 비로소 제 기능을 해낼 수 있다. '닥치고 공급'을 외치기에 앞서 기본부터 다시 다져나갈 필요가 있다. '사후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청년 주거 정책은 거듭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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