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가 가시화되면서 국내 건설·에너지 업종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발전소와 송·배전망 등 전력 인프라 수요가 중장기적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단순 시공을 넘어 사업 개발과 운영까지 수행할 수 있는 기업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양상이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원전 및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며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오는 6월 시행 예정인 '대미투자특별법'과 맞물려 있다.
대미투자특별법은 한미간 합의에 따라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이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중 1500억달러는 조선업에, 나머지 2000억달러는 에너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양국의 경제·국가안보 이익을 증진하는 분야에 각각 투입된다. 최근의 전력 수요 증가와 데이터센터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에너지 인프라 분야가 대미 투자액의 상당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대형 원전 시공 경험을 보유한 건설사들이 대미투자 확대의 1차 수혜 대상으로 거론된다. 최근 시장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종목은 대형 원전 시공 경험과 실적을 보유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다. 실제로 원전 및 플랜트 수행 실적을 갖춘 기업들의 주가는 최근 수주 기대감에 따라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한발 더 나아가 단순 EPC(설계·조달·시공) 수행 능력보다 사업 구조 전반을 아우르는 역량이 에너지 인프라 분야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DL이앤씨와 DL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사업 전반에 걸친 수직 통합 구조를 수립한 DL그룹의 미국 실적 확대 기대감도 상당하다.
DL그룹은 발전사업 개발과 투자, 운영을 담당하는 DL에너지와 플랜트·원전 EPC 역량을 보유한 DL이앤씨를 중심으로 에너지 물류부터 트레이딩에 이르는 수직 통합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사업 모델은 단순 EPC 중심의 건설사와 차별화되는 지점으로 꼽힌다. 발전소 운영을 통해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 구조이기 때문이다.
SMR(소형모듈원전)으로 대표되는 차세대 발전 기술도 DL그룹의 장점이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원(NNL)은 2035년까지 SMR 글로벌 시장 규모가 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DL이앤씨는 미국 엑스에너지와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건설사로 처음으로 SMR 표준화 설계를 수행 중이다. 표준화·모듈화 설계를 통해 SMR 상용화를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DL이앤씨는 동시에 LNG, 암모니아 등으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중동 지역 대형 암모니아 플랜트 수행 경험을 통해 관련 사업 기반도 확보해놓은 상태다.
SMR을 비롯한 에너지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DL그룹 주가는 연초 3만6000원대에서 3개월 만에 6만2000원대(6일 종가 기준)로 수직 상승했다. 같은 기간 DL이앤씨 주가 역시 3만9000원대에서 7만7000원대로 뛰었다.
DL그룹 관계자는 "그간 미국 시장에서 다양한 M&A, 사업 개발, 시공, 운영을 해오며 차별화된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며 "그룹이 보유한 에너지 인프라 디벨로퍼 역량을 기반으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