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가 166만원" 월급이 통장 스친다...흙수저 청년 웁니다

홍재영 기자
2026.10.24 08:00

[청년은 왜 좌절하나]⑨

[편집자주] 청년들의 분노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취업난과 자산 격차, 주거 불안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 청년들이 거리로 나섰다면, 한국 청년들은 구직과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현실에 저항하고 있다. 분노와 타협, 우울을 반복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짚어봤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서울 중간 가격대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처음으로 11억 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만 1억 3000만 원 가까이 올라 집값 고점기였던 2021년 말보다도 1억 2000만 원 넘게 비싸졌다. 반면 고가 아파트는 두 달 연속 내리며 2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2026.10.1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신혼부부로 현재 수도권 전셋집에 거주하며 서울로 출근하는 30대 A씨는 내년쯤 내 집 마련을 시도하려 했다. 집값 급등에 서울이었던 목표를 수도권으로 낮췄지만, 현재 거주지 근처에서는 20평대 기준으로도 6억원(정책대출 상한)이 훌쩍 넘어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설령 기준에 맞는 집을 찾더라도 대출규제 기조에 한도까지 대출이 어려워지자 A씨는 집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금부자만 집을 살 수 있냐'는 허탈감이 가득하다.

서울 집값이 역대 최장기 상승을 기록하고 그와 함께 수도권 집값 가격도 많이 오르면서 청년 세대의 '내 집 마련' 기회가 멀어지고 있다. 여기에 실거주 중심 정책으로 전세 매물이 줄자 월세화 현상이 강화된다. 매매·전세·월세의 트리플 강세로 청년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목돈을 모으기는 더 어려워졌다. 기존의 주거사다리 구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89주 연속 올랐고 그간의 상승폭은 약 18.1%다. 역대 최장 기간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여유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년층의 서울 안 내 집 마련 난이도가 매우 높아졌다.

특히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를 떠받치고 있는 지역이 강남과 한강벨트 등 주요 상급지보다는 서울 외곽의 매매가 중하위 지역이라는 점이 청년에게는 더 부담이다. 이들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집값으로 청년층이 매수를 시도하거나 전세로 들어가 살기에 용이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서울 자치구별 집값 변동률을 보면 강남구가 1.26% 내릴 동안 성북구는 16.1% 올랐다. 서대문구는 13.7%, 구로구는 12.7% 가량 올랐다.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 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그간 서울 매매가 중하위 지역을 매수하거나 이 지역에서 전세로 거주하다가 돈을 모으고 대출금을 더해 조금씩 비싼 집으로 옮겨가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인 자산 증식 공식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집값 상승은 이 구조에 제약을 만들었다. 특히 최근 두드러지는 월세화 현상도 기존 공식을 어렵게 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8만7740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 17만2027건의 51.0%에 달했다.

당장 매매 계획이 없는 실수요자들에게는 매달 비용이 나가는 월세보다 목돈을 모아둘 수 있는 전세가 유리하다. 그러나 정부의 실거주 중심 정책이 강화되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전세대출 규제도 겹쳐 월세 비중이 높아진다. 또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 폐지와 세제개편안 등의 영향으로 기존 다주택자들도 세를 부담할 현금 흐름이 중요해지면서 월세로 매물을 돌린다. 월세를 내다보면 돈을 모으기 힘들게 돼 내 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6만1000원으로 전년 동월(144만3000원) 대비 21만8000원(15.1%) 올랐다. 전세도 품귀현상이 생기면서 가격이 오르고 월세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품귀가 생겨 매매·전세·월세의 '트리플 강세'가 나타나는 중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2만945건으로 1년 전 대비 15.4% 줄었다. 월세 매물은 1만7971건으로 1년 전 대비 10.8% 감소했다. 결국 청년의 목돈 마련은 더 어려워지는 구조다.

전월세 시장 혼란이 가중되자 정부는 급히 대책을 펼치는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주택공급 정책브리프에 따르면 올 4분기부터 내년 말까지 수도권 공적주택 10만가구의 입주가 추진된다. 임대차 시장 안정 측면에서 대규모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지만, 근본적으로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주택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아울러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을 전월세안정화기구가 맡아 관리하는 전·월세 안심신탁도 임대인의 거부감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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