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vs 11 vs 5 vs 2 vs 0'
최근 금융전문지 아메리칸뱅커와 금융서비스 및 정보제공업체 BAI가 발표한 '전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순위'에 따르면 미국이 54개로 가장 많았고, 인도가 11개로 2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스위스, 영국이 각각 5개를 기록, 핀테크 강국임을 입증했다. 중국과 브라질 역시 2개를 순위권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IT(정보기술)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의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한국 기업들의 핀테크 경쟁력을 보여주는 현주소인 셈이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 100대 기업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지분뱅크, 더재팬넷뱅크, 소니뱅크, 세븐뱅크, 라쿠텐뱅크, 아에온뱅크 등 엄청나게 많은 수의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설립돼 이미 영업에 들어갈 정도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는 디지털 기반의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실물화폐없는 화폐경제 실현 움직임도 나타난다. 특히 은행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 대형 IT기업들이나 핀테크 스타트업 등 비금융회사들이 활발하게 금융업으로 진출하는 금융업의 경계도 허물어진다.
'핀테크'를 계기로 전세계 금융이 지금껏 한번도 가지 않은 전인미답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모바일기술과 인증기술의 발전 등으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전혀 새로운 형태의 금융업도 나타날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바클레이즈 등 기존 글로벌 금융메이저가 아닌 전혀 새로운 형태의 금융메이저가 탄생할 획기적 변화의 기틀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통의 금융메이저들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와 영국 HSBC는 지난해 각각 1억달러, 2억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해 핀테크 기업 투자에 나섰다. 미국 웰스파고, 스위스 UBS, 영국 바클레이즈 등도 유망 핀테크 기업들을 전략적 차원에서 지원·육성하고 나서는 등 핀테크 투자가 대세로 떠올랐다.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노키아, 소니, 야후, 코닥 등 한때 전세계를 호령하던 전통 강자들이 새로운 물결과 트렌드를 외면, 지금은 사라지거나 명맥만을 유지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금융업도 마찬가지다. 핀테크란 새로운 물결이 트렌드로 자리잡는다면 현재 메이저가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변화는 순식간이다. 국내 금융사들도 새로운 물결에 잘 대응해 나가느냐에 따라 새로운 메이저 플레이어로 뜰수 있는 기회가 온 셈이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사들은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의 인식은 위기의 현주소를 잘 말해준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뱅킹이 이미 잘 갖춰져 있어 따로 핀테크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게 솔직한 생각입니다. 해외에서 핀테크 열풍이 부는 것은 우리나라처럼 모바일뱅킹이 원활하게 서비스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식이라면 흔히 말하는 '구멍가게'를 벗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