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정진완 우리은행장 "창의적 방식으로 고객 기반 확대하겠다"

"작년까지는 내부적으로 핑계를 댔던 여러 상황이 있었는데 이제 내부통제도 일단락됐고 자본비율도 올려 대출 여력이 20조원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경쟁 은행과) 격차를 못 줄이면 우리가 실력이 없다고 인정해야 되는 게 아닌가."
정진완 우리은행장(사진)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가 경쟁은행과 격차를 좁힐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난 정 행장은 그 표현에 대해 "더이상 핑계 대지 말자는 것"이라며 "직원들도 그 부분에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금융 명가로서 명성을 쌓아온 우리은행은 2024년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이 불거지면서 고객신뢰와 실적 양면에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해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감수하며 체질개선에 집중한 결과, 올해는 본격적인 '부상'을 준비하고 있다. 정 행장과의 인터뷰 내내 이제는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취임사에서 '진짜 내부통제'를 강조한 정 행장은 지난 1년간 내부통제 수준을 현격하게 끌어올렸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내부직원에 의한 금융사고는 지난해 0건이었다. 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보통주자본(CET1) 비율도 14.1%까지 끌어올렸다.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제1의 과제로는 '고객기반 확대'를 꼽았다. 지난 19일 기준 우리은행의 요구불예금은 125조4744억원으로 타행 대비 최대 40조원 가까이 적다. 다만 영업점에 목표를 과도하게 부여해 실적을 키우는 전통적 방식을 쓰진 않을 생각이다. 삼성전자·LG유플러스와의 협력, 놀유니버스와의 제휴 등 고객이 우리은행을 찾아오는 창의적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정 행장은 "소비자가 우리은행 통장(계좌)은 무조건 하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다음은 정 행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1년간 우리은행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직원들이 여름을 지나면서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 옛날의 사고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젠 그런 걸 하면 안 되고 저런 일은 다신 일어나지 않을 거란 자신감이 올라왔다. 스마트시재기를 도입한 후 영업점 직원이 총 9000명인데 마감에 1인당 30분 이상의 시간을 줄였다. 줄인 시간의 10~15분을 내부통제에 쓰고 있다. 이처럼 각종 업무 매뉴얼과 프로세스, 제도를 정비한 결과 작년엔 소액 횡령이 국내에서 한 건도 없었다.
-자산 리밸런싱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부실 가능성 있는 걸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역마진이거나 거의 수익이 나지 않는, 볼륨 채우려고 했던 담보부 여신들이 꽤 많았다. 임대업이 대표적인데 지난해 임대업 자산을 8조5000억원가량 줄였다. 중소기업 하시는 분들이 돈 벌어서 건물 샀다가 임대업자가 된 경우가 많은데, 경기가 안 좋아져 공실이 되면 얼른 팔고 회사 튼튼하게 하시라고 설득한 경우도 많다. 부동산 자금을 생산적 자금으로 돌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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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격적 영업이 가능해진건가.
▶CET1 비율이 14.1%가 됐단 건 이제 우리가 튼튼하단 거다. 공격적으로 가도 된다는 거고 마침 정부도 AI, 반도체 투자 생산적 금융을 말하지 않나. 이제까지 여러 핑계를 대고 제대로 못한 게 많은데 내부통제도 정리됐고 20조까지 대출여력이 있으니 이제 영업력의 문제 아닌가. 여신 프로세스도 바꾸고 상품도 정리하고 작년 한 해에 직원들이 고생하며 많은 걸 정리했다. 지역마다 비즈프라임센터를 셋업을 해서 1년간 지역별 기업 분석도 다 끝냈고 준비를 많이 했다.
-고객기반 확대를 제1 목표로 제시했는데 저원가성 예금 확대를 의미하는 건가.
▶목표 정해주고 달성하라는 전통적인 의미가 아니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걸 하자는 거다. 은행에 오는 고객이 많이 줄었으니 우리가 고객을 찾아가야 되는데, 우리가 가진 네트워크를 연결해서 우리은행을 통해 기업은 기업대로 마케팅 할 수 있고 국민은 국민대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걸 구현하려 한다. 직원들이 상품 아이디어를 내면 포상도 많이 준다. 시장을 보면서 이 고객은 뭐가 필요할지를 찾아서 기업금융과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거다. 앞으로 더 다양한 제휴를 준비하고 있다.

-특정 은행을 추월하겠다, 당기순이익을 얼마 늘리겠단 목표는 없나.
▶우리 고객 베이스를 확장하면 숫자는 금방 따라오게 돼 있다. 자산 몇 조원 늘리는 건 쉽게 할 수 있다. 목표 숫자에 초점을 두면 직원들이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크다. 신용분석도 소홀히 할지 모른다. 그 여파는 2~3년 뒤에 부실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격차를 줄인다고 할 때 기준은 뭔가.
▶소비자가 생각했을 때 우리은행 통장은 무조건 하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은행 계좌는 있어야 삼성페이 할 때 혜택도 많고 연결되는 기업도 많아, 이런 걸 계속 생각하도록 하는 거다.
-정부도 은행도 올해 생산적금융을 강조하고 있다. 생산적 금융은 뭐라고 정의하나.
▶기업에 준다고 다 생산적 금융은 아닐 거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니 국가경제와 GDP 성장에 도움이 되는 부분에 자금을 투입하는 게 맞다. 다만 그 낙수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이를테면 자동차는 전후방 산업이 많은 편인데 반도체는 회사 직원들이나 보너스 많이 받고 수출에 도움 되지 낙수효과는 크지 않다. 결국 고용, 소득 확대로 연결돼 내수가 살아나도록 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생산적 금융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발표된 정부 자료를 참고해 여기까진 생산적 금융으로 봐도 되겠단 걸 전 직원들에게 알리려고 따로 분류해서 코드를 넣어놨다. 아직 고쳐야 할 부분도 많다. 가령 우리 산업분류 코드에 AI가 없어서 모두 IT로 분류된다. 이런 체계도 빨리 자리잡혀야 한다.
-생산적 금융을 하고 싶어도 은행이 기업을 선별해 낼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금융 전문인력은 웬만한 교육을 통해 하루이틀 만에 키워지는 인력이 아니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전문 인력이 충분히 있다.
-신용대출 7% 금리 상한제 등 파격적인 포용금융을 선보였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포용금융을 내놨는데 은행들이 그동안 왜 안 했을까.
▶정부의 가이드라인 없이 우리가 뜬금없이 나섰다면 금융권이 동조를 했을까. 이런 조치들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지금은 정부가 포용적 금융을 내세우면서 사람들이 인식도 하고, 여러 방법을 찾으면서 결과를 한 번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됐다.
-올해 서울시금고 은행 입찰이 예정돼 있다. 올해는 탈환을 자신하나.
▶물론이다. 자본비율이 약해서 (신한은행에) 뺏겼는데, 우리가 100년 서울시금고를 했다. 그만큼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가져올 거다. 이걸 함으로써 또 다른 걸 만들어내고 시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준비하고 고민하고 있다.
-1년 후 우리은행이 뭐가 바뀌었다고 얘기하고 싶나.
▶기업체들이 '우리은행과는 평생 같이 갈 관계'라고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다. 최근 신설한 기업승계지원센터도 우리은행만의 기업금융을 보여주는 한 예인데, 중기 오너들 중 자녀들이 이어받지 않으려는 경우 M&A(인수합병) 기로에서 고민이 많다. 이런 걸 법제도적으로 풀기 위해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