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비스의 대가(代價)

구예훈 기자
2016.01.26 17:59

이달말부터 연매출 3억원 미만의 영세·중소 가맹점들의 가맹점 수수료가 0.7%포인트 낮아진다. 반면 연매출이 3억원이 넘어가 영세·중소 가맹점에서 벗어났거나 원가가 오른 일반 가맹점 일부는 수수료가 오른다. 수수료 인상 통보를 받은 가맹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여신금융업계는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일반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적정 원가를 기반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수료 감면 대상인 영세·중소 가맹점은 196만 곳으로 전체 가맹점의 90%에 육박한다. 일부 가맹점 수수료가 올라도 영세·중소 가맹점의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가맹점 전체의 수수료율은 평균 0.3%포인트 낮아지게 된다. 카드사로선 그만큼 수수료 수익이 줄게 된다.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당사자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은 언제나 수수료를 낮추기를 원한다.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국민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다른 은행으로 자금을 이체할 때, 카드 할부를 받을 때, 가맹점에서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부과되는 수수료는 국민에게 비용 부담이 되는 만큼 끌어내려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이 때문에 모든 수수료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은 은근한, 때로는 노골적인 인하 압력을 가한다.

문제는 이런 수수료 인하 압박이 오히려 국민들의 혜택을 줄이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수료의 대가로 제공되는 각종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고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만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소비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수수료 인하로 수익이 줄게 된 카드사들이 카드 고객들에게 제공해오던 혜택을 축소할 수 있고 혁신에 대한 투자를 줄여 장기적으로 소비자 편익이 감소할 수도 있다.

카드사도 민간기업인데 정부가 나서서 수수료를 정해준다는 것 자체가 합당한지 생각해볼 문제다.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일률적으로 낮춰주고 싶다면 카드사를 모두 없애고 정부가 전기를 공급하는 한국전력 같은 공공 카드사 하나를 만들어 수수료를 낮추는 방법밖에 없다. 공공 카드사에서는 손실이 나면 세금으로 보전할 수 있으니 얼마든지 수수료를 인하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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