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총량만으론 실체를 알 수 없다. 부채 종류, 소득, 자산 등 종합적인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필요하다"
지난 25일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접한 뒤 전문가들이 입은 모아 건넨 조언이다. 지난해부터 가계의 소득과 자산 정보가 담긴 가계부채 종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다. 빚을 낸 가계의 상환 능력을 파악해 놓지 못하다 보니 가계부채 증가 속도나 총량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신용정보회사인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100만명의 금융권 대출 정보를 받아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기존에는 2만여명을 표본으로 만들었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커지면서 그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가계 소득, 자산 정보 등 중요한 정보는 이 데이터베이스에서 빠졌다. 가계부채를 ‘만성질환’으로 진단하면서도 체력, 운동량 등에 대한 종합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셈이다. 정치권의 시도도 허사였다. 지난해 8월 정희수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한은이 금융회사, 세무당국, 신용정보집중기관으로부터 대출자의 부채·소득·자산 자료를 종합, 수집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휴지통으로 사라졌다. 당시 국세청 등이 개인정보 공유에 난색을 보이는 등 관계기관 간 협조가 이뤄지지 못한 때문이었다.
매번 이런 식이다. 정확한 병의 진단을 위해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가 부처간 불협화음으로 용두사미가 되는 게 한두번의 일이 아니다. ‘협의·추진’ 발표 후 ‘협조 불가’의 되풀이다. 이번엔 달라질까. 정부는 ‘8·25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일주일전 ‘가계부채 관리협의체’를 열고 자산과 소득 자료를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다시 밝혔다. 하지만 국세청과 통계청 등 유관부처의 협조를 이끌어 낼지 여전히 의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에 대한 종합 검진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인데 내과, 외과 등 과별로 정보를 주지 않는 형국”이라고 빗댔다. 병의 정확한 치료는 정확한 진단에서부터 시작된다는데 가계부채 DB도 제대로 안 상황에서 ‘종합대책’에 기대감을 갖으라는 것은 무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