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퇴직연금 없는 퇴직준비…노후빈곤 '현실화'

전혜영 기자
2018.05.04 04:43

['무늬만 연금' 퇴직연금]<4>고령화 속도·노인빈곤율 세계 최고…공무원연금 부러우면 퇴직연금 지켜라

[편집자주] 근로자의 노후보장을 위해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지 13년. 하지만 여전히 퇴직연금은 연금이 아니라 퇴직금으로 취급되며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노후소득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 100명 중 2명만 연금으로 받는 ‘무늬만 퇴직연금’의 문제와 원인, 대안을 살펴봤다.

"퇴직하면 어떻게 먹고 살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면서 퇴직을 앞둔 은퇴준비자들의 고민도 깊다. 노인이 늘어나는 속도는 빠른데 노후소득 보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노후빈곤율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 노인의 절반가량이 가난한 상태에 내몰리는 노후빈곤이 현실화하고 있다.

◇초고속 '노인의 나라', 노후 대비는 초저속=2015년 기준 국내 5가구 중 1가구는 가구주의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다. 특히 고령자 가구 중 32.9%는 1인 가구다. 고령자 1인 가구수는 122만3000가구로 전체의 6.4%에 해당한다. 고령자 가구 비중은 2035년에 40.5%로 현재보다 두 배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초고속 고령화에 비해 노후 대비는 더디다 보니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2012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49.5%다. 빈곤율은 소득이 중위소득(전체의 중간에 해당하는 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노후 빈곤율이 49.5%에 달하는 것은 한국 노인의 절반 가량이 중위소득의 절반도 못 벌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노후 빈곤율 49.3%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평균 12.8% 대비 4배 가량 높다.

고령층의 경제력 약화와 자녀세대의 부모부양 기피 현상까지 고려하면 자발적 노후준비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현실과 이상의 격차는 크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전국 성인남녀 19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은퇴준비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노후에 월 198만원의 소득이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턱없이 부족한 월 41만원을 저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준비지수는 54.5점으로 '주의' 수준이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2016년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노후자금에 대해 ‘불충분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59.5%로 절반이 넘었다. 노후준비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생활비, 교육비, 의료비 등 더 시급하게 돈 쓸데가 많기 때문에'(49.5%)를 꼽았고 특히 40대와 50대가 시급히 쓸 곳이 많다는 응답이 각각 76.1%와 64.6%로 높았다.

◇연금 나오는 공무원 부러운데 퇴직연금은 왜 깨나=은퇴 준비자들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고정적인 연금을 부러워하지만 정작 퇴직연금은 소홀히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은 따지고 보면 근로자의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합쳐진 구조”라며 “일반인들도 공적연금 수준으로 연금을 받고 싶다면 퇴직연금을 반드시 연금으로 수령하면서 개인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기업 차원에서도 성과급의 일부를 퇴직연금에 적립해 근로자의 노후대비를 돕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직원들의 동의하에 매년 성과급의 일부를 퇴직연금에 적립한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직원들이 풍족하게 퇴직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차원에서 성과급을 일시금으로 지급 받거나 퇴직연금에 적립하는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며 “초기에는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비중이 컸지만 은퇴 이후를 대비하자는 인식이 커지면서 갈수록 퇴직연금에 적립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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