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은 서민들의 채무를 치료해주는 병원입니다. 서금원에서 진단(상담)을 받으면 약만 가지고 처방(소액금융)할 수 있는지 수술(채무조정)을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서금원은 2016년 서민들의 원활한 금융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서민들이 급전이 필요할 때 불법 사금융에 빠지지 않도록 대출을 해 주는 공공기관이자 금융기관이다. 서금원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319만명이 20%이상의 고금리대출을 받았다. 신용등급 8등급 이하인 사람들 263만 중에 72%가 대출을 제대로 갚지 못해 연체중이다. 이중에는 서금원을 몰라서 지원을 못 받은 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계문 서금원장은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여긴다. 그래서 취임 이후 서금원을 알리는 일에 주력했다. 각 지자체와 함께 협의체를 만든 것 역시 보다 더 서금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있는 서금원에서 원장을 만나 서금원과 서민금융의 현재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 이후 현장에 ‘집착’했다. 현장을 누빈 소회는.
▶서금원과 정책서민금융을 사람들이 너무 모르고 있었다. 서금원은 돈이 급한 서민들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이다. 서금원을 몰라서 정책서민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없도록 홍보를 강화하는데 지난 1년을 할애했다. 물론 이전에도 홍보는 많이 했다. 그런데 서금원 이름을 알리는 방식 위주로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정작 서금원이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것을 도와줄 수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서민들의 빚 문제를 해결해주는 병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방향으로 알리고 있다. 불이 나면 119를 찾듯 채무문제가 생기면 서금원의 서민금융콜센터 1397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홍보가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안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받는 사람들의 숫자가 30% 이상 늘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이 고생했다. 지난해 금융의 날(10월)에 서금원 직원들이 훈장과 포장 등을 다수 받았다. 공공기관은 한 해 한 명 받는 수준에 그치는데 이례적인 수치다. 그만큼 정부가 직원들의 노고를 알고 인정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성과를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지난해 ‘햇살론17’을 만들어 고금리 대출 시장에 영향을 준 것을 먼저 말하고 싶다. 최저신용등급인 사람들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찾아가면 20%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게 된다. 이들에게 700만원의 자금을 17.9% 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성실하게 상환을 하면 금리도 깎아준다. ‘햇살론17’으로 5만3000명을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 들였다. ‘햇살론17’ 출시 이후 저축은행·대부업 등 고금리 업권의 금리도 순차적으로 인하됐다. ‘햇살론17’의 간접적인 영향이다. 고금리 이자를 낮추는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자부
-간판상품인 ‘맞춤대출’도 많이 늘었난 것으로 안다. 어떤가.
▶‘맞춤대출’은 신용등급이나 소득에 관계 없이 본인에게 유리한 대출을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서금원 전문 상담사가 60개 금융회사의 180여개 상품 중 고객에게 맞는 대출 상품을 제공한다. 지난해 6만1000명에게 6493억원의 대출을 중개했다. 1년 전보다 인원은 159%, 금액은 125%씩 늘었다. ‘맞춤대출’은 시스템을 바꾼 것이 주요했다. 전화 상담방식을 ARS(자동응답)에서 상담사가 직접 받는 방식으로 바꿨다. 상담사가 1분30초 동안 읽었던 개인정보 동의 절차도 고객이 문자를 보고 동의하도록 했더니 10초면 됐다. 홍보·직접 전화상담·개인정보 동의 절차 간소화라는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도 1월 오픈했다.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핀테크 업체와 협력도 도모한다고 들었다.
▶핀테크 기업인 뱅크샐러드·핀다와 최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고객 기반이 넓은 핀테크 기업의 자산관리·대출중개·휴면금융재산 조회 등의 서비스를 서민금융과 연계해 ‘스킨십’을 하겠다는 취지다. 가령 뱅크샐러드의 경우 이용자 500만명이다. 이중 신용등급 6등급 이하자가 30%, 150만명이다. 뱅크샐러드에서도 품지 못하는 고객들이다. 이들이 뱅크샐러드 앱에서 서금원으로 넘어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다른 핀테크기업들과도 추가로 협업해 서민·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여 나가려고 한다.
-금융정보에 취약한 이들을 위한 지원책 마련도 필요할 것 같다.
▶고령층 소외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중이다. 신기술보다는 대면상담이 편한 고령층을 위해 ‘종이 없는 창구’를 만들고 금융사기 예방 등의 콘텐츠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학생·청년층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더 많이 하려고 한다. 이들은 신기술에 대한 경험은 풍부하지만 금융지식이 부족하다. 대학생들의 금융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8월~12월까지 학자금대출 이용자 1만명에게 금융교육을 했다. 특성화고와 대학을 찾아가 직접 금융특강도 했다.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재원확보가 중요할 것 같다.
▶올해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6013억원의 재원이 조성됐다. 특히 청년층의 금융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햇살론17’과 함께 출시한 ‘햇살론 유스(YOUTH)’의 경우 정부재원으로만 150억원이 확보됐다. 정부가 서민금융 재원 전액을 부담하는 최초의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 아울러 정부 차원의 법(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햇살론 공급을 위한 정부 출연을 2025년까지 연장하고 저축은행·상호금융권에서 출연하던 민간 출연금을 시중 은행 등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법이 개정되면 더 많은 서민들의 채무해결에 더 도움을 줄 수 있다.
-서민금융 지원을 통합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는데. 소개해 달라.
▶현장을 자주 가다 보니 서민 지원기관이 적지 않았다. 지역에 있는 자활센터나 금융복지상담센터, 지역신용보증재단, 신협, 지역 새마을금고 등이 대표적이다. 서로 연계하면 시너지가 날 것 같아 협의체를 지역별로 35곳 만들었다. 서금원의 지역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가 허브역할을 하면서 서민들을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서금원이 도와줄 수 없는 사람들이라면 도움이 될 만한 기관을 연결하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함께 논의하는 시군구도 있다. 지역협의체가 서민·취약계층을 따뜻하게 보듬는 시스템으로 안착했으면 한다.
-남은 임기 동안 중점을 둬서 하고 싶은 일은.
▶현재 서금원 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 위원장도 겸직하고 있다. 신복위는 서민 금융 상담과 신용교육 등이 주 업무다. 서금원이든, 신복위든 직원들이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싶다. 두 기관 모두 어려운 서민들의 채무를 치료해주는 병원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담 신청을 해 온 서민들에게 채무 해결 방안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한다. 환자에게 당신이 받을 치료방법 선택하라는 의사는 없다. 쉽지 않겠지만 직원들이 어려운 이들에게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전문성 함양을 위한 체계 구축에 참여해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