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의 출범으로 '인뱅(인터넷 뱅크) 삼국지'가 시작됐다. 토스뱅크가 인터넷은행 맏형인 카카오뱅크에 어떤 '위협'으로 작용할지, 은행 고객들과 은행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토스뱅크가 '규제 리스크'를 어떻게 극복하고 혁신을 이뤄내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9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지난 5일 '완전히 새로운 은행'을 슬로건으로 야심차게 출범했다. 은행권 일각에선 선발주자인 카카오뱅크를 다분히 의식한 슬로건이란 얘기가 나왔다. 지난 2017년 출범 당시 카카오뱅크가 내건 '같지만 다른 은행'을 넘어 더 강한 혁신 의지를 슬로건에 녹였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카카오뱅크 주가 변동성도 토스뱅크 출범 이후 두드러진다. 토스뱅크 출범 당일 8.4% 급락한 카카오뱅크 주가는 여전히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일에도 전날보다 5.0% 하락해 5만7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4대 금융지주의 전날 평균 하락률 1.43%(KB금융 -1.25%, 신한지주 -1.76%, 하나금융지주 -1.87%, 우리금융지주 -0.85%)에 견줘 내림 폭이 훨씬 크다.
전문가들은 다만 토스뱅크 출범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카카오뱅크 주가 하락의 주 요인으로 '가계대출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없이 신용대출만 제공하는데 신용대출 한도 축소에 이어 나온 일부 대출 판매 중단이 리스크로 부각됐다는 것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규제 리스크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쏠려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토스뱅크가 슬로건처럼 '완전히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지에 대해선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토스뱅크의 대고객 접근법은 카카오뱅크 등 기존 은행들과는 확실히 달라 보인다. 무조건 연 2% 이자를 제공하는 예금 통장이 대표적이다. 만기나 금액 조건도 없고, 정기 예금·적금·수시입출금 통장의 구분도 없다. 카카오뱅크의 정기예금은 36개월 만기 조건으로 최대 연 1.6% 금리를 제공한다. 수시입출금 통장 금리는 0.1%다. 토스뱅크는 "돈을 모으고 보관할 때 고객 입장에서 가장 좋은 혜택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가 (조건 없는) 연 2% 금리"라고 했다.
'고객 관점에서 생각한다'는 영업 전략은 앞으로 나올 금융 서비스에도 적용된다. 토스뱅크는 이미 대출을 받은 고객이 보다 높은 한도·낮은 금리 조건의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면 먼저 알람을 보내 가입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토스뱅크는 "고객이 노력하고 공부하고 발품을 팔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 상품을 찾을 수 있었던 기존의 경험을 가장 단순화한 고객 중심의 형태로 재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파격 상품의 지속 가능성과 규제 리스크, 건전성 관리다. 토스뱅크는 신용대출 최대 한도 2억7000만원에 최저 금리 연 2.76% 등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 문을 열자마자 대출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몰렸다. 올해 대출 한도가 5000억원인데 출범 사흘 만에 2000억원을 소진했다. 이 속도대로라면 주말을 넘기지 못하고 대출을 종료해야 할 수도 있다. 연 2% 이자를 줘야 하는 예금은 들어오는데 대출은 못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 큰 타격이다.
한도와 금리 외에 기존 은행 상품과 차별화 지점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26주 적금', '저금통', '모임통장' 등 차별화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운영하고 이종업계와의 제휴도 활발하다"고 평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치 기간을 조건으로 두지 않고 모든 예금에 연 2% 금리를 준다는 건 고객에겐 좋지만 은행에겐 비용도 크고, 위험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며 "균형을 맞춰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카카오뱅크보다 높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비중 목표를 연내 34.9%로 잡았다. 카카오뱅크의 연내 목표치인 20.8%보다 훨씬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다는 건 그만큼 부실 위험도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계속 점검해 상환 능력 평가 정확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