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위기 맞은 생보사의 기회

김세관 기자
2023.03.15 03:45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생명보험의 역사는 인간의 집단생활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서구에서는 로마 제정시대 조합 '콜레기아(Collegia Tenuiorum)'가 있었고 중세시대 '길드(Guild)' 등의 공제 조직을 거쳐 1762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생명보험사인 '에퀴타블(Equitable)'이 설립되며 현대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는 삼한시대부터 존재하는 계(契)가 일종의 보험 역할을 했다. 현대적인 구조의 최초 생명보험사는 1922년의 조선생명보험주식회사다.

시대가 바뀌고 사회구조도 수 세기 동안 계속해서 변했지만 사고발생 후 경제적 손실을 보장해 주는 생명보험이라는 민간 영역 안전장치는 꾸준히 존재하고 혁신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과 고령화 구조가 대한민국의 숙명이 되면서 적어도 우리사회에선 생명보험의 종식이 가까워 왔다는 비관적인 시각들이 쏟아진다.

노인 세대 대부분은 이미 보험에 가입해 있어 새로운 상품에 가입할리 만무하고, 저출산으로 보험 가입 가능성이 있는 젊은 세대의 볼륨은 급격히 얇아지고 있어서다. 그나마도 신규 고객이 돼야 할 젊은이들은 생명보험상품에 관심이 없다. 이들은 사후가 아닌 현재의 위험을 관리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크다.

고금리 기조의 경제상황도 생보사들에겐 반갑지 않다. 고금리는 대출 금리를 상승시키고, 높아진 이자 부담은 보험료 납입을 뒷전으로 밀어낸다. 생명보험 신규 계약은 줄고 해지율은 증가하는게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이른바 '디폴트'가 되는 이유다.

잘나가던 생명보험이 이렇게 저무느냐는 자조섞인 업계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곧 기회라는 진부한 명제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1980년대부터의 고도성장기에 힘입어 생명보험산업은 늘 성장가도를 달려왔다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후반부터 4·19혁명까지 생명보험업계는 엄청난 침체기를 거쳤다. 광복 이후 일본 생명보험사들이 보험료 환급없이 철수하면서 생겨난 불신이 오랫동안 업계를 짓눌렀다.

돌파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저축성보험 확대와 기업의 단체보험 성장이었다. 가계 소득 증가와 경제성장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흡수해내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현재 생명보험업계가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기도 하다.

다행스러운건 지금의 생명보험업계 역시 살아남기 위해 진심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헬스케어 플랫폼 확대와 요양서비스업 진출을 타진한다. 특히 요양서비스업은 지금은 열악하지만 노령화와 함께 확대될 수 밖에 없는데 노후보장 상품을 제공했던 경험과 자본력이 있다는 점에서 생명보험사들이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업계의 의지는 이미 충만하다. 이제는 규제 영역 이슈만 남았다. 금융당국과 보건당국 모두 생명보험의 부활과 요양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건 안다. 조금 더 속도를 내 줬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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