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 올 연말 노르웨이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의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건설사업의 타당성조사(F/S)에 착수한다. 수은이 해외 원전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관여하는 것은 처음으로, K-원전 수출 전략에 금융이 결합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노르웨이 i-SMR 건설 추진사업 타당성조사' 용역 입찰공고를 내고 전문 조사 용역을 선정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수원이 노르웨이에 i-SMR 건설을 위한 타당성조사를 수출입은행에 의뢰한 건으로 구체적인 일정과 대상사업의 위치·착공 시점 등이 나온 건 처음이다.
수은이 예상한 타당성조사 기간은 착수 후 6개월로 계획대로라면 올해 12월부터 내년 6월까지다. 부지부터 기술·경제성과 정책 정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한다. 외부 전문용역 선정 시 평가 비중도 기술 90점, 가격 10점으로 둬 사업성의 검증 결과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뒀다.
i-SMR이란 정부가 개발 중인 혁신형(innovative) 소형모듈원전으로 모듈 단위로 제작한 뒤 현장 조립이 가능한 소형 원전이다. 건설 기간과 부지 제약이 적고 탄소중립 시대의 안정적 에너지로 주목받는다. 정부는 이를 'K-원전 수출의 차세대 플랫폼'으로 육성해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수원이 구상 중인 노르웨이 i-SMR 착공 시점 또한 2030년대로 명시됐다. 위치는 노르웨이 중부 트론헤임슬레이아(Trondheimsleia) 인근 공동 산업부지로 해당 지역에 680MWe(메가와트 전기출력 기준) i-SMR 1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산업단지의 전력 수요를 충분히 공급할 중형급 원전 크기다.
수은은 그동안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등을 운용하면서 다양한 해외 예비타당성조사·경제성분석 등을 지원했는데 i-SMR과 같은 원전 사업 타당성조사는 새로운 분야다. 그동안 베트남에서 철도, 캄보디아의 의료시설 등 동남아에 집중됐으나 유럽으로 타당성조사 지역을 확대한 사례기도 하다.
타당성조사는 국내 원전의 노르웨이 진출 실사업화 여부를 가르는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조사 결과 경제성과 안전성, 현지 인허가 여건 등이 긍정적으로 나오면 한수원과 수은을 중심으로 노르웨이 정부·현지 사업자 등과 구체적 협상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한수원과 수은은 i-SMR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원전 관련 협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북유럽 시장 공략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전 관련 국내 기자재 공급사와 O&M(설비운용·보수), 엔지니어링 업체의 해외진출 파이프라인이 만들어지면 원전 산업 파급효과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타당성 검증 단계 이후 수은이 대출이나 보증 등 금융지원 단계로 연결할 가능성도 있으나 이는 사업화가 결정된 이후에 검토가 이뤄질 예정이다. 수은은 금융지원 여부는 현 단계에선 결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수은 관계자는 "현재는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조사 단계고 실사업화 여부는 한수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며 "수은의 금융지원 또한 조사 결과와 사업 추진 방향을 지켜본 뒤 사업주의 금융지원 요청이 있을 때 고려될 사항"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