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보험' 앞에도 당당히 'K'를 붙이는 날

이창명 기자
2026.05.11 06: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점포 당기순이익(2800억원)을 보면 전년 대비 23.8% 증가했다. 특히 한화생명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클리어링과 인도네시아 노부은행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국내 보험사의 해외 금융투자업 순익이 3310만달러(약 487억원) 증가했고, 2930만달러(약 425억원)의 이익이 새로 유입됐다.

한화생명 뿐만 아니라 삼성화재는 지난해 영국 보험사 캐노피우스 지분 투자로 1140억원의 수익을 냈다. 올해는 DB손해보험이 연간 순익 2000억원을 내는 미국 손해보험사 포테그라 인수를 마무리하는 등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투자가 연달아 결실을 맺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내수 보험시장이 사실상 정체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에서 이뤄낸 성과에 금융당국도 반기고 있다. 보험사들은 이미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국내 시장에서 비슷한 상품과 가격 경쟁에 매달리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8.2%에 달한다. 사실상 신규 수요가 없는 포화시장에 이르렀다. 이는 결국 경쟁사 보험계약을 뺏기 위한 출혈 경쟁과 설계사 쟁탈전으로 번지고 있다. 현재의 구조적 위험이 지속되면 보험산업 전체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보험사 스스로가 더 이상 자체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장기침체를 피하기 어렵다. 결국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야 한다.

물론 해외시장 진출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특히 금융영역은 각국 규제 체계와 고객 성향부터 다르다. 단기 성과를 내기도 어렵고, 보험사의 특성상 신규 진입한 해외시장에서 적극적인 보상을 통해 현지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실제 손실을 낸 보험사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여전히 대형 보험사 조차 해외진출을 주저한다. 하지만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과거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보다 국내 보험사들의 자본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은 훨씬 고도화됐고, 디지털 경쟁력도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금융당국도 경쟁력 있는 보험사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제도적 지원에 힘을 실을 준비가 돼 있다.

내수시장 자체가 크지 않은 한국에서 어떤 산업이든 내수시장에 안주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해외진출은 단순외형 확장이 아닌 명운을 건 생존전략에 더 가깝다. 보험산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보험사의 글로벌 시장 도전으로 '보험' 앞에도 당당히 'K'를 붙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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