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IT 관련 키워드로 단연 '메타버스(Metaverse)'가 화두다. 산업계는 물론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도 메타버스 육성에 팔을 걷어붙일 정도로 극성이다.
지난 5월 정부 주도로 메타버스 개발사·통신사·협단체 등 20여곳이 참여하는 '메타버스 얼라이언스'가 출범했고 7월에는 '한국판 뉴딜 2.0 추진계획'에 메타버스 산업 육성이 국가 핵심과제로 추가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메타버스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당내 대선주자들의 메타버스 캠프 입주식을 진행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메타버스 당사와 대선캠프 기획에 나섰다.
메타버스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거나 지나치게 관심이 과열됐다는 문제 등은 일단 제쳐두더라도, 메타버스로 상징되는 차세대 기술이 앞으로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메타버스와 결합한 금융상품도 나오고 있다. 신한카드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와 Z세대 맞춤형 선불카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아직 원격회의나 비대면 워크숍 등 대화·소통 중심의 기술로 활용하고 있지만, 신한카드처럼 점차 상품·서비스와 접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메타버스 이용자의 대다수가 젊은층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제페토의 글로벌 가입자 2억명 중 80%가 10대로 분석됐다. 중·장년층, 노년층은 메타버스에 대한 이용도나 관심이 높지 않다는 방증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19(COVID-19)로 오프라인 활동 공간이 줄어든 상황에서 젊은층만을 위한 메타버스 정책이 되어 버리면 고령층이 느낄 소외감은 더욱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들이 메타버스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 피처폰을 쓰고 싶어도 제조사들이 스마트폰만 찍어내면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써야하고, 정부가 010 번호통합정책으로 01X를 없애버리면 이를 유지할 수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제조사·통신사·국회·정부까지 혈안이 된 만큼 메타버스 시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고령층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를 어찌저찌 이겨냈지만 메타버스 시대에서 또다시 디지털 격차를 겪어야할지 모른다.
지금의 메타버스 산업·정책은 지나치게 공급자 중심의 진흥에만 쏠려 있다. 메타버스가 일상화될 시대에선 현실의 차별과 편견이 재현되지 않고 정보 접근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고령층 등 수요자 관점도 반영한 'K-메타버스' 정책이 수립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