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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경쟁축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옮겨가면서 전력 효율이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집중했던 데이터센터들이 실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AI 에이전트를 구동하는 추론 수요에 대응하면서다. 엔비디아가 장악한 GPU(그래픽처리장치) 중심 시장에 전력 소비를 낮춘 추론 전용 반도체가 대안으로 부상하는 배경이다.
이 시장을 겨냥해 AI 반도체를 개발 중인 AI(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가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퓨리오사AI는 최근 82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지었다. 당초 제시했던 목표치(4500억~7500억원) 상단을 넘어선 규모다. 이번 투자 유치 후 퓨리오사AI의 기업가치는 약 3조8000억원으로 평가된다.
국민성장펀드가 전체 조달액의 약 45%에 달하는 3700억원을 책임지며 앵커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어 한국산업은행(300억원), 네이버, DSC인베스트먼트, KDB캐피탈, 한화자산운용, 수출입은행, 유암코 등 국내 기관과 인피니텀, 제리코캐피탈, QUDA캐피탈파트너스, 시스코인베스트먼츠, 네오포트홀딩, 월드라인캐피탈 등 해외 투자사가 참여했다.
특히 기존 주요 주주들의 후속 투자가 두드러졌다. 초기 시드 라운드부터 참여했던 DSC인베스트먼트와 KDB캐피탈, 네이버가 일제히 추가 베팅에 나섰다. 네이버는 과거 네이버D2SF를 통한 초기 집행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 투자 법인인 네이버벤처스를 통해 참여 폭을 넓혔다. 한국산업은행 역시 300억원을 추가 집행하며 힘을 보탰다.
퓨리오사AI는 확보한 자금을 2세대 칩 '레니게이드(RNGD)'의 대량 양산과 차세대 가속기 개발에 집중 투입한다. 중장기 성장 동력은 글로벌 반도체 설계 기업 브로드컴과 공동 개발 중인 3세대 AI 가속기다. 3세대 칩은 자체 텐서 수축 프로세서(TCP) 아키텍처를 고도화해 여러 칩렛을 패키징하는 멀티 다이 구조를 채택한다. 연산 다이에는 최선단 2나노(㎚) 공정을 적용하고, 대역폭 확장을 위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와 HBM4E를 맞물린다.
이를 활용해 단일 칩 단위 공급에 그치지 않고 여러 칩을 초고속으로 연결한 서버 랙 단위 추론 플랫폼을 완성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진입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양산 확대와 글로벌 고객 확보, 차세대 제품 개발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한 셈이다.
투자사들이 꼽은 핵심 경쟁력은 '추론'과 '전력 효율'이다. 퓨리오사AI의 2세대 추론 가속기 RNGD는 180와트(W)의 전력만으로 초당 최대 512조 회 연산(512TOPS)을 처리한다. 회사는 절대적인 연산 성능 경쟁보다 적은 전력으로 AI 모델을 효율적으로 구동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한다. 전력 소비를 줄여 AI 연산에 필요한 전기요금과 냉각비 등 데이터센터의 전반적인 운영비용을 낮추고, 기존 서버와도 쉽게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에이전트AI와 같은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팀이기 때문에 투자했다"며 "이 시장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고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더라도 시장에서 통하는 AI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실행력도 투자 판단의 근거가 됐다. 퓨리오사AI는 올해 1월 TSMC 5나노 공정 기반으로 RNGD 양산에 들어갔다. 삼성SDS와 LG AI연구원 등에서는 생산 환경 검증을 거쳤다. 올해 RNGD 2만 개를 생산하고 2027년 4만 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이 같은 양산 확대와 함께 파트너사 협력, 해외 데이터센터 공급을 대규모 매출로 연결해 국내외 레퍼런스를 넓힐 방침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소버린AI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국내뿐 아니라 중동 등 지역에서도 소버린AI 수요가 늘면서 독자 칩을 바탕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을 봤다"며 "파트너사 협력과 해외 데이터센터 공급을 대규모 매출로 연결해 국내외 레퍼런스를 넓힐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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