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 發 '아침·저녁이 있는 삶' 뿌리내리려면

장시복 기자
2015.04.14 16:28

"제가 그동안 회사에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게 뭔지 아세요? 바로 '자율출퇴근제'에요." 삼성전자의 한 워킹맘 직원이 자랑스럽게 꺼내놓은 얘기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늘고 업무 집중도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흔히 삼성전자의 장점으로 높은 연봉을 꼽는다. 그런데 이 직원은 이런 물질적인 요소보다 '삶의 질'을 높여준 자율출퇴근제에 더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리곤 이렇게 덧붙였다. "성과급이요? 1년에 한번 받고나면 며칠간 기분 좋죠. 하지만 자율출퇴근제는 365일 매일 제 삶에 영향을 주잖아요."

삼성전자는 연구개발과 디자인 등 일부 직군에 한해 적용했던 자율출퇴근제를 이달부터 본사 기준으로 전면 확대했다. 주 40시간, 주 5일, 하루 최소 4시간 근무의 세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자유롭게 알아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직원들은 자율성을 얻는 대신 성과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지면된다.

기업의 가장 큰 목적은 무엇보다 이윤의 극대화다. '영리한' 삼성전자가 이를 간과할리 없다. 시범 적용을 통해 그 효율성을 직접 입증한 뒤 본격 시행에 나선 셈이다. 특히 IT·전자산업이 '창의성과 몰입'을 중시하는 분야 인만큼 잘 맞아 떨어졌다.

그동안 한국의 직장인들은 '9 to 6'(9시 출근 6시 퇴근)로 대표되는 획일적 근무시스템에 길들여져 왔다. 새벽별을 보고 출근해 반복되는 업무를 하다 '보여주기식 야근'까지 마치면 지친 모습으로 퇴근하는 게 당연시돼왔다. 그렇다고 생산성이 확연히 높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누구도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긴 쉽지 않았다.

그런 만큼 이번에 기업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혁신에 나선 것은 의미가 있다. 특히 '1등 기업' 삼성전자가 적극 앞장선 것은 고무적이다. 삼성전자의 경영 방식을 많은 우리 기업들이 참고한다는 점에서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업종별 특성이 있어 일괄적인 적용을 강요하긴 힘들다. 그러나 이제 시대의 큰 흐름은 '양보다는 질'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 성장 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유연한 근무환경은 경영 효율성 뿐 아니라 사회에까지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수 있다. 예컨대 육아환경이 개선되고 여가기회가 늘면 사회적 고민거리인 '저출산'이나 '내수경기 침체'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 다만 아직 대기업만큼 여력이 안 돼 유연근무제에 엄두도 못내는 기업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관련 지원책을 고민해 봐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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