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논문수 1/11 '중국 반도체'가 무서운 이유

박종진 기자
2015.11.19 11:48

"중국이 제일 무섭습니다", "10년까지 갈 것도 없이 당장 5년 후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빠르게 성장해온 중국을 두려워하지 않는 산업 분야가 어디 있겠냐마는 이제는 반도체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최고 반도체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바탕 중국의 '반도체 굴기' 얘기가 오갔다.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리는 반도체 분야 최고권위 학회인 ISSCC(국제 고체회로 학술회의)를 앞둔 간담회였다.

ISSCC가 세계 반도체 올림픽으로도 불리는 만큼 채택 논문 수는 그 나라의 연구개발 능력과 직결된다. 2016 ISSCC에서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으로서 면모를 보여준다. 삼성전자(9편)와 카이스트(7편) 등을 앞세워 총 22편의 논문이 채택됐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다.

반면 중국은 2편이 뽑히는데 그쳤다. 초라한 수준이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단 홍콩(3편)과 마카오(3편)를 합치면 8편이다. 독일(7편)보다 많고 네덜란드, 이탈리아와 같다. 여기에 점점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는 대만(11편)까지 더하면 '중화권'이 19편이다.

중국 자체의 저력도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비록 2편만 선정됐지만 제출 논문 수는 40편에 달했다. 예년 같으면 중국은 10편도 못 냈다. 분야도 헬스케어, 무선 등으로 다변화되고 연구기관도 다양해졌다. A 교수는 "이전에는 듣도 보도 못했던 중국 본토 대학에서조차 반도체 논문을 내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고 놀라워했다.

참석자들은 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과 지원을 호소했다. 중요한 때지만 정작 연구자들이 느끼는 환경은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센서를 전공하는 어떤 학자는 "기업들의 경영이 위축되면서 1~2년 새 국내 대표 반도체 회사들조차 대학에 지원을 끊고 있다"며 "연구에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산업전쟁에서 반도체 전선이 심상찮다. 더 이상 기업에만 연구개발 부담을 안기기가 곤란한 처지다. 미국과 유럽은 우리와 달리 반도체 회사의 논문보다 학계의 논문이 압도적으로 많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학계,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중장기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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