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망 있는 분들을 모셔 '소통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기업 문화를 쇄신하겠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해 1월 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시무식에서 했던 말이다. 땅콩 회항이 대한항공의 권위주의적 조직 문화와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불통'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인정한 자성의 목소리였다. 조 회장은 "회사 운영 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쇄신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조 회장은 꼭 1년 후인 지난 4일 새해 시무식에서도 '소통'을 화두로 꺼내들었다. "소통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뢰를 쌓는 것이다. 서로 신뢰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자"고 했다.
하지만 땅콩 회항 사건 이후 변화에 대한 대한항공 내부의 평가는 썩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외부 인사들을 영입해 소통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흐지부지됐다. 명확한 설명은 없었지만 외부 인사 영입이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직인데 외부 명망가들이 부담을 느껴 고사했다는 것이다.
노사 관계도 악화일로다. 조종사 노동조합은 10년 만에 파업 찬반 투표에 나섰다. 임금인상폭을 둘러싼 갈등처럼 비치지만 뿌리에는 노사간 불통의 나이테가 켜켜이 쌓여 있다.
물론 신뢰가 하루 아침에 생기는 건 아니다. 소통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든다고 해서 바로 불통이 해결될 일도 아니다. 조 회장도 그래서 "자연스럽게 신뢰를 쌓아가자"고 했을 것이다.
대한항공이 소통위원회를 대신해 소통광장을 만든 것도 나름 의미있는 변화로 볼 수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8월 소통광장에 회사를 떠나는 조종사가 비판글을 올리자 직접 답글을 남기기도 했다. 소통광장에 제안한 구성원들의 건의사항을 곧바로 반영한 사례도 많다고 한다. 현장 직원들의 안전 강화나 반휴 제도 도입, 여성전용 주차장 마련 등이 실례다.
하지만 조종사 노조를 비롯해 상당수 직원은 여전히 조직 문화를 바꾸겠다는 회사측의 진정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 땅콩 회항의 잔상을 완전히 걷어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대한항공이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