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안 좋은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오긴 또 처음이네요."
총체적 위기에 빠진 회사를 두고 한 현대차그룹 직원이 걱정스러운 듯 한숨을 쉬었다. 말그대로 '화불단행'(禍不單行·나쁜일이 늘 겹쳐옴)이다.
올해 노조 파업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3조1000억원의 생산 차질을 빚은데 이어 리콜 이슈로 최우선 기치로 내세웠던 '품질경영' 자존심까지 위협 받았다. 여기에 최근 울산공장에선 지진과 태풍 등 뜻밖의 자연재해 피해까지 입으며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어둡다.
그간에도 국내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현대차의 '내수-수출 차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었다. 결국 품질 얘기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 별도의 팀까지 꾸려 소통을 시도하며 조목조목 설명해왔지만 간극은 쉽게 좁혀지진 않았다. 곽진 현대차 부사장이 국정감사장에 불려가기까지 했다.
최근 리콜 관련 의혹들이 잇따라 제기되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착수하면서 논란이 더 증폭됐다.
현대차는 "내수차와는 달라 문제가 없음에도" 미국에서 리콜이 실시된 '세타2 엔진'에 동일 모델에 대한 보증기간 연장에 나섰다.
자발적으로 보증기간 연장에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한 모습이다.앞으로도 비판적 성향 고객의 목소리를 '일부 의견'으로 치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고객 눈높이에 맞춘 상품을 내놓으려는 노력이 지속되는 계기가 돼야 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R&D(연구개발)도 필수다. 현대차가 R&D 투자비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곤 하지만 회사 규모에 비해선 아직 글로벌 경쟁자들에 비해 못미치는 현실이다. 본질적인 신뢰 회복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접근도 급선무다.
무엇보다 거의 해마다 파업을 이어가는 노조와의 관계 재정립이 가장 급선무다. 올해만 해도 교섭 약 150일 만에 갖은 상처를 입으며 2차 잠정합의안이 도출됐다. 1차 합의안처럼 14일 치러지는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도 부결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침체의 늪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흙수저' 청년부터, 협력업체, 대통령까지 국민들이 한목소리로 파업을 비판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 경쟁이 날로 치열해 지고 있다. 과감한 혁신이 없다면 글로벌 완성차 선두 그룹에서 탈락하는 건 순식간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7월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어려운 외부 환경은 변수가 아닌 상수"라고 강조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지켜갈 수 있을지, 현대차는 교차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