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현정은 회장의 사재출연과 주요 계열사의 출자로 창업투자사를 설립한다. 현대그룹의 경영 노하우와 주요 사업 시너지를 벤처투자에 접목해 그룹 재건을 위한 기틀을 닦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25일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최근 핵심계열사인현대엘리베이터가 주축이 돼 창투사 설립을 준비하면서 시장 내 주요 투자전문가들에게 영입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정통한 관계자는 "기존 유명 사모펀드 운용사와 창투사 투자 및 심사역 인물들이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며 "창투사 설립은 현정은 회장 최측근이 주도하는데 신생사에는 현 회장은 물론 현대그룹 주요계열사들이 대부분 참여(자본금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대그룹은 계열 내에 시스템통합(SI) 업체인 현대유엔아이가 5억원을 출자해 자본금 10억원 규모로 지난 2008년 설립된 현대투자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현대투자네트워크는 자원개발 및 인수합병(M&A) 컨설팅 사업, 투자 자문 등을 사업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동안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그룹 측은 이 현대투자네트워크를 활용해 창투사를 만드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 등이 추가로 자금을 대고 인력을 완전히 쇄신해 최소 10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춘 신생 창투사를 만드는 내용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투자네트워크의 대표이사가 최근에 사직했고 그동안 이 회사가 본래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못해 조직이 유명무실하다"며 "대북 투자 컨설팅과 계열사 투자 자문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벤처투자 및 사모펀드 운용사를 만드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8월 현대증권이, 10월엔 현대상선이 계열사에서 분리되면서 자산총액이 12조원대에서 2조5000억원대로 축소됐다. 재계 30위권 그룹에서 사실상 주요 계열사로는 현대엘리베이터만 남은 중견사가 되면서 위상이 낮아진 것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기업집단 '현대'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했다.
현대그룹이 재벌로 통칭 되는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면서 재계 내 입지는 줄었지만 벤처기업 및 금융투자에서는 훨씬 더 자유로워진 측면이 있다. 현 회장 등 최고 경영진은 이런 맥락에서 창업투자사를 시작으로 사모펀드 운용업까지 아우르는 전문 투자집단을 만들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다른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투자금융업을 영위하면서 유망한 성장동력을 탐색해 그룹 재건에 나설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