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간판만 바꾼 전경련, 환골탈태 가능하나

이정혁 기자
2017.03.31 05:00

"사실상 간판만 바꾼 셈인데 환골탈태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서울의 한 대학 경영대 교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발표한 쇄신안을 접하고 이렇게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용을 아무리 뜯어봐도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 개명한 것 말곤 허창수 회장이 그동안 내내 강조했던 것처럼 '강도 높은 혁신'이라고 불릴만한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경련을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같은 법정 경제단체나 공적조직처럼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론 임의단체다. 일종의 사적모임이나 마찬가지인 전경련은 지난 56년 동안 정부와 기업들의 경제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방식으로 산업이나 기업정책 흐름을 조율하는 등 공적인 역할을 수없이 많이 해왔다.

대한민국 경제에서 기업, 특히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것은 분명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경련은 기업과 정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오면서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사실 전경련의 해체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에도 전경련 주도로 일부 대기업이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위한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한 것이 드러났을 때도 거센 해체 압박에 시달렸다.

이런 암흑기를 겪고도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정경유착'의 고리역할을 충실하게 했다.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을 지원해 관제데모도 부추긴 것도 끝내 부인하다가 뒤늦게 드러났다.

그런데 전경련이 발표한 쇄신안은 이미 악화일로로 접어든 국민 여론을 되돌리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단순하게 예산을 40% 정도 줄이거나 조직을 축소하고, 외부인사를 영입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전경련만 모르는 눈치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 '혁신의 의지 자체가 없다'거나 '쇄신은 해체뿐'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는 것도 과해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태나 쇄신안을 놓고 따져볼 때 전경련은 분명 과거를 반면교사 삼지 않았다. 이른바 '최순실 사태'가 터진 이후 지금까지 전경련의 태도를 볼 때 오히려 억울한 측면이 적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전경련의 해체압박은 애초 정경유착을 제대로 끊지 못해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