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뒤 통화합시다"
지난 달 30일대우조선해양정기주주총회가 열린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 본사 열정관. 주총이 끝난 오전 10시 30분쯤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측과 진행 중인 임금 10% 반납 협상 진행 상황을 듣기 위해서였다. 정확한 시간을 정하지 않았지만, 이날 노조위원장과 인터뷰 약속을 한 상태였다. 한 시간 뒤인 11시 30분 통화를 하고 만나기로 했다.
임금 10% 감축은 또다시 대규모 혈세가 투입될 대우조선이 추진해야 할 자구안 가운데 핵심이자 최소한의 양심이었다. 자구안은 △내년 상반기까지 직영인력 1000명 이상 추가감축 △해양플랜트 사업 사실상 정리△자산매각 신속 추진 등으로 구성됐지만, 이는 기존에 추진되던 사항이 반복된 수준에 불과하다.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주총에서는 사측의 목소리를 들었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노조와의 임금 10% 감축 협상 진척 여부에 대한 질문에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정도"라며 말을 아꼈다.
임금 10% 감축 관련 이날까지 '언론에 보도된 정도'는 지난달 24일 노조 소식지를 통해 전해진 "임금 삭감에 대해 전달받았고 이런 요구에 대해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내용 정도였다. 노조도 고통분담에 전향적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 같은 분위기가 실제 하는 것인지는 노조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될 터였다.
11시 30분쯤 노조위원장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아쉬움을 남긴 채 서울로 돌아왔다.
이튿날인 31일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회사를 살리자는 것에 동의하지만 10% 임금반납 이후 보상받을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지금의 위기를 자초한 것은 정부와 채권단의 책임성 없는 관리, 과거 회사를 망친 경영진에게 있다"며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지 못하고 회사를 살리려는 구성원에게 화살을 돌리면 안된다"고도 지적했다.
추후 협상 난항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노조의 적극적이지 못한 태도를 지적하기에 앞서 사측이 노조 협력을 이끌어낼 만큼 전향적이었는 지가 의문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정 사장의 '올해 급여 전액 반납' 선언에 대한 시선마저 곱지 못하다. 수년간 지속된 회사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 수위를 감안하면 '올해 반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과 거제시 '이웃'인 삼성중공업 노사는 위기 극복을 위해 진행 중이던 임금 협상도 잠정 중단했다. 임금협상 기간에는 공정을 제대로 챙길 수가 없기 때문에 임금 협상이 위기 극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서다. 지금 대우조선에 절실한 노사 공감대는 이 회사보다 형편이 나은 삼성중공업에서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