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재용은 오후에 朴통과 그곳에 없었다

김성은 기자
2017.08.07 05:00

특검, 공소장에서 빼야할 것이 '오후'· '직접' 두 단어 뿐일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 막바지에 특검 측이 공소장을 수정했다.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3차 독대시기가 '오후'가 아니었고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업계획안을 '직접' 건네받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정정이었다. 변호인단이 재판 초기부터 지적해온 부분이 수용됐다.

특검 측 공소장 문제점은 재판 초기부터 수차례 제기됐다. 대표적 예가 '이재용은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처럼 '생각하고'란 단어만 공소장에 7번 등장한 것.

변호인단은 부정한 청탁과 뇌물수수가 있었는지 증거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이같은 표현을 하고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은 특검 측에 있었다.

첫 공판기일로부터 4개월이 지나는 동안 60여 명의 증인이 등장하고 2만여 쪽이 넘는 서증을 다뤘다. 특검 측은 "뇌물사건이 본래 직접증거를 제시하기 어렵다"며 주요 혐의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럼직한' 정황들을 늘어놨지만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반대 의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한 것들도 상당수였다.

대표적 예가 이 부회장의 최순실과 정유라 인지 시점에 대한 문제다. 특검 측은 2014년 말 '정윤회 문건'을 다뤘던 다수 언론 중 최씨에 대한 의혹도 함께 다뤘던 기사를 제시하며 삼성이 당연히 알았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그런 기사를 본 기억이 없으며 정씨를 알지도 못했다는 진술은 반박되지 못했다. 실제 당시 분위기는 최씨보다는 정윤회씨에 관심이 더 쏠렸었다는 변호인단 설명이 더 설득력 있어 보였다.

재계 서열에 따라 미르·K재단에 출연했는데 삼성의 출연금 204억원만 뇌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닐지, 삼성이 정부나 사회단체 등 여러 경로로 후원요청을 받아들여 한해 5000억원 가까운 사회공헌비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도 같은 맥락의 공익 목적으로 이해됐던 것은 아닐지 '합리적 의심'들이 지속되고 있다.

증인 진술을 통해 특검 측 공소사실이 약화되는 장면도 있었다. '스모킹건'으로 여겨졌던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은 실제 공개된 것을 보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전해 들은 단어 나열이라 가치판단이 중립적일 수밖에 없었다. 안 전 수석도 완전한 해독이 어렵단 취지로 진술했다. 무엇보다 수첩에는 '정유라'나 '합병'이란 단어가 없었다.

재판이 마무리된 시점, 첫 공판서 나왔던 "공소사실의 근본적 문제점이 발생한 것은 삼성이 최순실을 미리 알았고 경영권 승계 위해 뇌물을 줬을 것이라 예단을 갖고 수사했기 때문"이라며 "실체적 진실은 다르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라던 변호인단 발언이 유난히 머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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