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포스코가 직원에게 준 5만원

한민선 기자
2018.12.13 16:45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11일 5만원이 담긴 봉투를 1만 7000명 전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부터 실천하자는 취지에서다.

최 회장은 5만원과 함께 편지를 넣어 "이 자그마한 나눔이 이웃들에게 온기로 전해지면 우리 사회는 더욱 훈훈해질 것"이라며 "따뜻하고 정겨운 우리들의 겨울 이야기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신(新) 기부방식에 자발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한다. 그 행간에는 5만원이 '하루 술값'으로 쓰일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섞여 있다. 또 작위적인 나눔 이벤트로 홍보 효과를 노린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포스코가 5만원을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이상, 오히려 직원들의 자발성을 재치 있는 방법으로 극대화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임직원들은 원한다면 각각의 방법으로 다양한 이들에게 5만원을 전달할 것이다. 기업 차원에서 미처 보지 못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 5만원을 받을 수도 있다. 또 조금 더 기대한다면 그런 경험이 또 다른 자발적 기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포스코의 '5만원'은 회사에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봉사·기부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를 부여한 좋은 기획이다.

최근 한 대기업 계열사에 입사한 사원 이모씨는 휴일 회사 봉사활동에 가기 싫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같은 부서 상사에게 연말을 맞아 주말에 이뤄지는 사내 봉사활동에 출석하라고 은근한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봉사활동은 좋지만 회사 사람들과는 하기 싫다는 게 이모씨의 생각이다. 이런 의미에서 쉬는 날 상사의 눈치를 보며 억지로 봉사활동을 나가는 것보다는 5만원의 옳은 쓰임새를 고민하는 게 훨씬 따듯한 연말이 아닐까.

아마 포스코 임직원이 받은 총 8억5000만원 상당의 기부금은 곧이곧대로 어려운 이웃에 전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생각하면, 최 회장이 5만원을 전하지 않았으면 임직원 대부분은 기부활동 없이 올 연말을 지나갔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임직원에게는 따뜻한 경험을, 소외 계층에는 5만원을 선물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괜찮은 기부 아이디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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