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맥빠진 대우조선 주총, 떠나는 정성립은 웃었다

안정준 기자
2019.03.29 15:43

대우조선 주총 20여분 만에 마무리…정성립 사장 "회사는 잘 될 것"

29일 서울 중구 대우조선 서울사무소에서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19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안정준 기자

29일 대우조선해양 19기 정기주주총회가 마무리된 서울 중구 대우조선 서울사무소 17층.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틈으로 보인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웃고 있었다. 그는 "회사는 잘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고 엘리베이터는 아래로 향했다. 대우조선 수장으로서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정 사장은 이날 꽤 홀가분해 보였다. 주총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1호 의안인 재무제표 승인의 건부터 그의 뒤를 이어 대우조선을 맡을 이성근 대우조선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까지 의사봉을 잡고 직접 통과시켰다.

정 사장은 평소에도 웃음이 많았다. 스스로도 "상대에게 웃어주는 것이 특기"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2017년 초, 대우조선에 대한 정부의 추가지원이 결정된 뒤 가진 기자간담회는 굳은 표정으로 임했었다. 같은 해, 대우조선의 2016년 재무제표가 '한정'의견을 받은 직후 열린 주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이날 주총에서는 최소한 앞선 공식 석상들보다는 마음이 한결 편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다소 의외였다. 정 사장이 대우조선 매각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었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전해진 그의 근황이었다. 한 인터뷰를 통해서는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매각 계획을 "몰랐다"고도 했다. 내막이 무엇이든 마음이 편치 않을 법도 한 일이다.

하지만 조금 달리 생각해보면 그로서는 매각 계획을 "알았다" 한들, 지금과 상황이 크게 바뀔 것이 없었다.

그는 "대우조선을 작고 단단한 회사로 만들어 새 주인을 찾아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수차례 말했었다. 이것이 최대주주 산은이 그에게 부여한 역할이기도 했으며, 결국 산은과 현대중공업의 인수합병 계약을 끝으로 그는 역할을 다 한 셈이 됐다.

대우조선 대표직을 더 이어가는 것도 그에게는 오히려 부담이었을 것이다. 대우조선의 수장은 이제부터 촘촘한 기업실사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 올해를 기점으로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상황도 관리해야 한다. 8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지난해 성적표를 끝으로 대우조선의 '구원투수' 역할을 마무리하는 편이 현 시점에서는 더 아름다운 퇴장이다.

다만, 이날 주총장에서 웃은 사람은 정 사장을 빼면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총 안건에 대한 주주들의 동의 발언에는 힘이 빠져있었다.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장을 필두로 노조원들도 주주자격으로 참석했지만 이의제기나 반발은 없었다. 이들이 경영진에게 앞으로의 고용불안 대책을 마련하라고 하기도 어려운 자리였다. 피 인수 대상인 대우조선이 주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주총은 20여 분 만에 일사천리로 끝났다. 대우조선을 품에 안을현대중공업주총이 노조의 반발로 1시간 20여 분간 진행된 것과 대비됐다.

떠나는 사장의 웃음과 대비되도록 '맥빠진' 주총장이었지만, 일단 표면상 대우조선은 피 인수 대상이 될 만한 '작고 단단한 회사'가 됐고 때 마침 글로벌 조선 시황도 회복세다. 정성립 전 사장의 웃음은 훗날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긍정적 평가를 위한 필수 조건은 대우조선 매각의 명분인 국가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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