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논란은 우리나라 산업 구조의 또다른 민낯을 드러냈다. 대기업과 계열사간, 대기업 발주사와 납품 업체간의 이익 배분 문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과급 지급 시즌이 다가오자 터져나온 삼성디스플레이 내부 불만은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로 향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적자를 이유로 TV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가 삼성전자의 요청으로 생산을 유지해왔다. TV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연봉의 40% 정도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삼성전자의 요청을 받아들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봉의 12%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 철수를 선언한 것은 지난해 초.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로 LCD 패널 가격이 끝없이 하락하고 있었다. 중국 쑤저우 공장을 매각했고 인력조정에도 나섰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변했다. 비대면 생활이 확산되면서 TV 판매가 늘었고 LCD 패널 가격은 반등했다. 중화권 패널 제조사가 LCD 생산 비중을 높여가는 시점에서 시장이 급변하자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찾았다.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고 중국업체와의 협상력도 높이는 차원이었다.
결국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3월로 예정됐던 LCD 생산종료 계획을 연장한 상태다. 미래 먹거리로 꼽은 QD(퀀텀닷) 디스플레이의 양산 시점도 당초 계획했던 올해 상반기에서 하반기 이후로 늦춰진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의 요청으로 LCD 사업을 유지하기로 한 LG디스플레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개인인사평가인센티브(PI)는 지급했으나, PS(초과이익 분배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급하지 못했다. 다만 올해의 경우 하반기 동안 상반기 적자 폭을 줄인 점 등을 평가해 고정급여 50% 수준의 격려금을 이날 직원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별 성과급을 할당하고 계열사에서 다시 본부와 부서, 팀 등의 성과에 따라 배분한다. 현재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에서 발생한 성과급 논란은 또 다른 주력업체인 SK텔레콤으로 번지고 있다.
중소 협력사에게 대기업 계열사의 불만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구조적으로 대기업과 납품 단가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쉽지 않은 협력사들은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 어려운 처지다.
성과급에 대한 대기업 계열사들의 불만은 협력사에 불안 요소로 작동하기도 한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해 말 기본급 인상 및 영업이익 3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에 나섰다. 완성차업체가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않을 경우 협력사의 납품 역시 중단된다. 다양한 납품 경로를 확보하지 못한 중소 협력사들에겐 거래 대기업의 성과급 갈등이 또다른 '유탄'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