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레미콘 운반차량(콘크리트 믹스트럭) 운수업자들이 레미콘 제조사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들은 레미콘 제조사가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다음달 1일 운행거부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시멘트 수급문제로 멈춰섰던 레미콘 제조공장이 운반차주와 갈등으로 다시 '셧다운(일시적 운영중단)'위기에 처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하 운송노조)는 지난 15일 오후 수도권 주요 제조공장·협의회 등 200여곳에 5차 교섭요청을 통보했다. 요청문에 따르면 운송노조는 특수고용직(특고) 노동조합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이달 22일까지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들이 운송료 등 단체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쟁위행위(운송거부)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운송노조는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이하 전운련) 중심으로 만들어진 특수고용직 노동조합이다. 개인사업자인 레미콘 운반차주들이 모인 전운련은 지난해 12월 경기도에 특수고용직 노동조합을 신청해 인가를 받았다. 운송노조는 기업 소속이 아닌 개인 사업자로 파업이 아닌 쟁의행위에 해당한다.
조인철 운송노조 교육·홍보부장은 "지난달 말부터 교섭요청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도 받지 못했다"며 "다음주 투표를 통해 최종 운송거부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운송노조는 이달 27일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와 운반차주 사이의 노동위원회 조정결과를 토대로 28일 찬반투표를 진행해 운송거부 여부를 정한다.
운송노조는 레미콘 제조사에 단체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레미콘 운반은 제조사와 운수업자 간 개별계약을 근거로 했으나 지난해 운수노조 설립으로 올해 처음 단체협상이 도마에 올랐다. 수도권 레미콘 공장은 지역별로 △서울 4곳 △인천 29곳 △경기 170곳 등 190여개다. 운수노조는 제조공장과 업체별로 나뉜 운송계약을 모두 통합해 한번에 협상을 하자는 주장이다.
요구내용은 △회당 운송료 27%인상(5만6000원→7만1000원) △요소수 100%지급(월 6만원 상당) △명절 상여금 100만원 △근로시간 면제수당(타임오프 수당) 100만원 등이다. 수도권 레미콘 운반차량 규모는 전체 1만여대로 이중 운송노조 소속 차주 6000여명이 운행을 중단할 경우 제조공장 셧다운과 건설현장 타격이 불가피 하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개인사업자인 운수업자를 노조로 보기 어렵고 운송료 인상폭도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들은 특히 운송노조 존재 자체와 대표성을 부정하고 있어 협상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인 운수업자가 노조를 만들어 단체협상 등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제조사들은 운송노조의 요구안 중 근로시간 면제수당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근로시간 면제수당는 노조활동에 따라 부족한 임금을 충당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명절 상여금 지급도 노조인정 요건에 해당될 수 있다. 레미콘 제조업계 관계자는 "노조로 인정하게 되면 제조사 비용부담 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도 커진다"고 말했다.
운송료 인상폭도 레미콘 제조사와 운수업자 간 차이가 크다. 레미콘 제조업계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올해 운송료 인상폭을 5%가량으로 추정하고 있어 운송노조 요구안과 최대 25%포인트가 차이 난다. 제조사들은 운수업자의 유류비(경유)도 제공하고 있어 원자재 인상에 따른 부담도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 관계자는 "운송료 인상폭이 전례 없이 과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