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흔들리면 정규직이든 협력사든 다 같이 버티기 힘들어질 겁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여파로 수출 둔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자동차 산업 현장에서 터져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자동차 수출액은 363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 줄었고, 자동차 부품 수출도 4.8% 감소했다. 수치로 확인되는 위기다.
단순히 기업의 수익성만 나빠지는 문제가 아니다. 수출이 줄면 일자리가 줄고, 고용과 산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린다. 관세 회피를 위해 해외 생산을 늘리는 공급망 재편도 국내 산업 기반을 약화시킨다. 실제로 현대차 울산공장의 전기차 라인은 올 초부터 잦은 휴업을 반복했고 미국 공장의 가동률은 높아졌다.
그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당초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로 인해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기존 할인 정책을 9월 초까지 연장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관세가 부과된 뒤에도 판매가격을 유지해 미국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상반기 10.5%에서 올해 같은 기간 11%로 끌어올렸다.
가격 인상에 나선 일부 경쟁업체와는 상반된 행보다. 현대차그룹은 당장의 손해보다 중장기 점유율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팰리세이드, 아이오닉6, K4 해치백 등 전략 신차 3종을 하반기 미국 시장에 투입하며 공세를 강화한다는 계획도 이와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영 전략은 단순히 한 기업의 성패를 넘어 자동차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경제기여액은 359조원으로 전년보다 6.1% 증가했다. 이는 기업 경영활동으로 창출된 경제적 가치를 종합한 수치로, 자동차 산업이 지역경제, 협력사 생태계, 고용과 내수, 수출까지 아우르는 한국 경제의 핵심축임을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은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현지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결정짓는 열쇠다. 당장의 수익이 아닌 미래 점유율과 산업 생태계를 내다보는 결단력과 실행력이 있다면, 글로벌 1위 토요타와 2위 폭스바겐을 추격하는 현대차그룹이 이들을 뛰어넘는 일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