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자랑' 된 ESS..버려지던 햇빛·바람 전기 살린다[넷제로 케이스스터디]

제주=권다희 기자
2026.02.07 07:30

<6>제주 북촌 소재 BESS(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 발전소
전력망에 연결한 배터리 통해 남는 재생에너지 전기 충·방전
2023년 제주 시범 입찰로 시장 열려..출력제어 낮춰 재생E 확대에 핵심

[편집자주] 녹색전환·탄소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를 매주 소개합니다.
제주시 조천읍 소재 제주북촌베스(BESS)발전소의 일부 모습/사진=권다희 기자

"처음에는 주민들에게 설명하는게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라는 개념이 생소했고, 배터리라고 하면 화재를 떠올리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주민들 사이에서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시작이 돼 제주에서 육지로까지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요."

제주시 북부 조천읍 북촌초등학교에서 지난달 27일 만난 북촌리 이장 김영수씨는 "이날 들른 노인정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뚜렷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같은 날 북촌초등학교에서 열린 제주북촌 BESS 발전소 준공식은 김씨를 비롯한 마을주민 수십명이 참석해 마을 잔치와 같은 분위기로 진행됐다.

제주북촌 베스(BESS) 발전사업 개요/그래픽=이지혜
재생E 간헐성 보완하는 전력망 연계 BESS

북촌리 주민들에게 이런 자부심을 안겨준 제주북촌 BESS 발전소는 정부가 2023년 '중앙계약시장'이라는 이름으로 공개입찰을 시작하며 추진한 사업의 결과물이다. 이 발전소는 한국동서발전과 투자사 에퀴스, 제주도 공기업 제주에너지공사,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이 주주로 참여해 건립됐다. 35메가와트(㎿) 규모의 배터리를 갖췄으며, 한 번 충전하면 약 4시간 동안 140메가와트아워(㎿h)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2023년 제주에서 선정된 3개 중앙계약시장 BESS 사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제주에서는 전기가 많이 생산되는 시간대마다 전력망에 부담이 쏠리는 문제가 반복돼왔다. 제주북촌 BESS는 이런 상황에서 전기가 남을 때는 저장하고, 필요할 때 다시 꺼내 쓰는 '전력 조절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가 급증할 때 발생하는 출력제어를 줄여준다. 출력제어는 전기가 너무 많이 생산돼 멀쩡히 만들 수 있는 전기를 어쩔 수 없이 버리는 조치로, 소규모 태양광·풍력 발전사업자에게는 곧바로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BESS는 전력이 넘치는 순간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다시 공급해 버려질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전력망의 유연성을 높이는 '유연성 자원'으로도 불린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한국전력과 계약을 맺고 최대 15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는 구조여서 참여 유인도 크다.

발전소 주주사 중 한 곳인 에퀴스 관계자는 "제주 등지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하는 주체는 대형 발전사뿐 아니라 소규모 개인 사업자도 상당히 많다"며 "출력제어로 인해 예상한 만큼 발전하지 못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게 이 BESS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BESS 발전사업 개요/그래픽=이지혜
BESS·양수발전 유연성 자원..재생E 확대 핵심

마을 공동소유 부지를 활용해야 하는 과정은 동서발전측의 반복적인 설명과 주민 견학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우선 주민들과 함께 동서발전이 운영 중인 경남 창원 소재 BESS를 직접 둘러보며 이해도를 높였고, BESS를 최대한 쉽게 풀어 소개하는 주민 대상 설명회도 3차례 열었다. 그 결과 마을주민들은 공동 소유 부지를 임대해주는데 뜻을 모았다.

사업자측은 또 ESS(에너지저장장치) 하면 떠올리기 쉬운 안전 문제에 대해 사업 구조 전반에서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소했다. 여기에 중앙계약시장 BESS가 기존 ESS와는 '차원이 다른'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고 안심을 시켰다. 한층 강화된 안전 기준을 적용했고, 무리한 충·방전을 하지 않도록 운영 조건도 제한했다. 배터리 용량도 100%를 상당히 하회하는 수준으로만 사용하도록 설계했다.

에퀴스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서 안정적인 사업이라는 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형태의 시장이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며 "재생에너지를 더 확대하고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뒷받침하는데 계통연계형 BESS는 빠질 수 없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만큼 이를 흡수할 수 있는 BESS나 양수발전 같은 설비도 함께 확대해야 한다"며 "BESS 시장이 앞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시장에서 중요한 축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입찰 제도 등 관련 시장 구조가 건전하게 자리 잡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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