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공급망 확보전의 핵심 키워드로 폐가전제품 등에서 희토류와 같은 희소금속을 뽑아내 재자원화하는 '도시광산'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이를 위한 희토류 순환경제 인프라 구축이 핵심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 필요한 희토류 물량의 거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희토류를 정제·제련하는 기업 역시 전무한 수준이다. 그동안은 희토류를 만드는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는 등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환경규제가 느슨한 중국으로부터 대부분의 희토류를 수입해왔다.
중국이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희토류 패권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일본과 마찰이 있을 때마다 중국이 꺼내는 카드가 됐다. 희토류는 가전과 전기차, 방산, 정밀장비 등에 널리 쓰이는 소재라 중국이 수출 통제를 할 경우 그 여파가 전 산업에 미칠 수 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탈중국 희토류 공급망'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우리 정부도 팔을 걷어 부쳤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 '희토류 공급망 종합대책'을 통해 희토류 17종 전부를 핵심광물로 지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내 정제 설비 투자 보조와 규제 합리화를 통해 생산 내재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새만금에는 희토류 국가 비축기지를 구축해 전략 비축 물량을 2배 이상 늘리는 것을 추진한다.
광물업계는 희토류 공급망 내재화의 가장 빠른 길로 순환경제를 꼽는 분위기다. 영구자석이 들어있는 폐가전제품 등에서 희토류 물질을 확보하면 제련 과정에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와 그에 따른 천문학적 폐기물 처리 비용 부담을 우회할 수 있어서다. 폐제품에 내장된 금속을 재자원화하는 방식이라 일각에서는 이 개념을 '도시광산'으로 부르고 있다.
현재까지는 도시광산을 통한 희토류 확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세륨과 란탄, 네오디뮴, 디스프로슘과 같은 희토류 금속은 낮은 경제성과 기술적 제약 등으로 인해 재자원화율이 0% 수준이다. 재자원화율이 90% 넘는 구리(99.3%)·알루미늄(95.5%) 등과는 차이가 있다.
일부 기업은 재자원화 기술 확보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최근 생화학 기술을 활용해 희토류를 분리하는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 알타리소스 테크놀로지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폐영구자석을 원료로 네오디뮴을 비롯해 프라세오디뮴, 스프로슘, 터븀 등 고순도 희토류 산화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고려아연은 기술 검증 등이 완료되는대로 국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광산 프로젝트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영구자석이 들어있는 폐전자제품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무역협회는 △광물별 특성에 맞춘 재자원화 클러스터 조성 △차액 계약, 가격 상·하한제 등 재자원화 물질 가격 안정장치 마련 △국내 회수경로 확대 및 재자원화 원료 관세 완화 △정확한 산업 수요·회수가능량을 파악할 수 있는 국가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을 선결 과제로 지목했다.
박소영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광물 공급망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도시광산은 우리나라가 비교적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라며 "정부·기업·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회수체계·기술·산업기반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