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의 플라스틱 전환' 현실로..LG화학 로봇커버 양산도 눈앞[R&D인사이드]

오산(경기)=박한나 기자
2026.07.28 05:50

⑫LG화학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편집자주] 최근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도 한때는 상상에 불과했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아이디어를 실험대 위에 올리고 실패를 반복하며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손에서 탄생한 기술은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때로는 산업의 방향을 바꿔왔다. 이같은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진을 머니투데이가 만나봤다.
곽민한 LG화학 엔지니어링소재·개발 그룹장이 지난 15일 경기 오산CS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LG화학

"자동차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협동로봇의 외장 커버를 금속에서 플라스틱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하면서 고객사의 난제였던 소음 개선은 물론 경량화와 원가 절감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지난 15일 경기 오산 CS캠퍼스에서 만난 곽민한 LG화학 엔지니어링소재(EP)·개발그룹장은 '금속의 플라스틱 전환' 전략 성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자체 구축한 가상의 고객 부품 사전 검증 플랫폼 '시소(SISO·Simulation Solution)'를 통해 선행 검증 기간을 6개월로 단축했다"면서 "관련 프로젝트 착수 1년 만인 올해 4분기 고강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나일론(PA)을 적용한 협동로봇용 커버의 양산을 앞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소는 부품을 제작하기 전에 컴퓨터상에서 성형 과정과 성능, 신뢰성 등을 미리 예측하고 검증하는 LG화학의 자체 시뮬레이션 플랫폼이다. 부품 단위의 성형·가공 해석, 구조·성능 예측까지 통합한 기술 솔루션을 고객사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정확도가 약 95%에 달한다. 나머지 5%도 정확도의 한계가 아닌 수백개 부품이 조립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 변수다.

곽 그룹장은 " LG화학 EP사업부는 시소를 바탕으로 고객 부품의 사전 성능 예측은 물론 수십년간 축적한 약 2만건의 처방·물성·인증 데이터를 활용한 소재 처방과 예측까지 개발 전 과정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면서 연구 생산성이 30% 향상됐다"며 "물리적 실험과 시행착오를 줄인 만큼 고객 대응 속도와 개발 성공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전환 성과 현황./그래픽=윤선정

LG화학은 로봇 프로젝트에서도 시소를 통해 소음의 원인과 개선은 물론 플라스틱 전환 시 필수 검증 항목인 강성 확보를 시제품 제작 전에 해석으로 검증하면서 더 다양한 소재 처방과 플라스틱 부품화 설계를 시도했다. 특히 부품 단위에서 소음의 발생·전달 메커니즘을 분석한 후 진동 에너지를 흡수하는 플라스틱의 감쇠 특성과 구조 설계를 결합한 결과 기존 약 80dB(데시벨)이던 로봇 소음을 약 76dB까지 낮추는데 성공했다. 이는 음압 기준으로 약 40% 감소 효과에 해당된다. 또 30~40% 수준의 경량화 효과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곽 그룹장은 "선행 개발이 일회성 검토로 끝나지 않고 양산으로 연결됐다는 점은 시소의 실효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소음 저감을 목적으로 음향 해석부터 소재·구조 설계, 검증까지 통합적으로 수행한 것도 국내에서 유일하다 보니 현재는 다양한 고객사와 액추에이터(구동장치), 비전 시스템 모듈, 로봇 다리·팔 골격 등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핵심부품의 플라스틱 전환을 위한 선행 과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LG화학이 금속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로 대체한 DC-DC 컨버터. DC-DC 컨버터는 전기차 배터리의 고전압을 전장부품이 사용하는 저전압으로 변환하는 핵심 부품이다. /사진=LG화학

모빌리티(이동수단)용 배터리팩 개발도 고객사의 개발 기간과 비용을 각각 20%이상 단축한 LG화학의 대표 양산 성공 사례다. 곽 그룹장은 "부품 특성에 따라 열폭주 지연 기능을 갖춘 폴리페닐렌옥사이드(PPO), 폴리아마이드(PA)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안했다"며 "시소의 충격·진동 해석으로 차량 장착 시 발생하는 진동 거동을 예측한 후 모듈의 사용 환경을 구현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시물레이션션 결과를 실물시험으로 확인하게 했다"고 소개했다.

LG화학은 이 프로젝트 역시 6개월 만에 성과를 내면서 현재 화물용 전동차와 승용 전기차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의 선행 개발 과제를 고객들로부터 잇달아 제안받고 있다. 단순 소재 공급을 넘어 소재 선정부터 구조 설계와 해석 검증, 양산성 확보까지 고객의 제품 개발 전 과정까지 함께하는 '컨버팅 솔루션'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이와 별도로 전기차용 직류-직류(DC-DC) 컨버터와 웨어러블 로봇 등에서도 금속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선행 사례를 꾸준히 축적하며 적용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곽 그룹장은 "금속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것은 아직 많은 기업이 시도하지 않은 영역이지만 성공 사례를 축적하면 경쟁사가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진입장벽을 세울 수 있다"며 "석유화학 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컨버팅 솔루션 모델이 엔지니어링소재를 넘어선 새로운 경쟁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민한 LG화학 엔지니어링소재·개발 그룹장과 이정환 엔지니어링소재·개발 팀장이 지난 15일 오산CS센터에서 '금속의 플라스틱 전환' 전략을 소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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