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 '보완책' 주목] 종합

한국 기업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를 출시했던 홍콩이 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해 발행사가 레버리지 배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이 이런 홍콩식 해법을 도입하려면 법 개정부터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자본시장법상 배율 변경이 수익자총회 대상으로 해석돼 사실상 발행사 재량으로는 손댈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홍콩보다 극심한 변동성을 겪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법 개정을 감수하고서라도 부작용 완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와 학계는 레버리지 배율 조정이 '수익자총회' 대상이라고 해석한다.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지만,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88조 제2항에 따르면 펀드를 운용해서 수익자의 이익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등을 변경할 때는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한다. 출석한 수익자 의결권의 과반수, 발행된 수익증권의 4분의1 이상 동의가 있어야 변경이 가능하다.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보수나 수수료의 인상 △운용사의 변경 △신탁계약기간의 변경 △그 밖에 수익자의 이익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등이 수익자총회 요건으로 열거돼 있다. ETF 레버리지나 인버스 배율 변경은 수익자총회 요건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대통령령에서 △투자신탁의 종류 변경 △주된 투자대상자산의 변경 △투자한도 변경(일부) △환매금지형 전환 △금융위원회(금융위) 고시 사항 등을 수익자총회 사항으로 정하고 있는데, 배율 변경이 상품의 종류를 바꾸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경우 집합투자 규약 투자목적에 '기초지수 일간 수익률의 2배'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데, 배율을 변경하려면 결국 이 규약을 변경해야 한다"며 "법이나 시행령에 명시된 것은 아니더라도 중대한 변경이라고 해석할 가능성이 높고 수익자 총회 요건이라고 판단할 개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레버리지 배수 조정은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변제호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현실적으로 지금 2배로 출시된 상품을 1.5배로 낮추기 위해서는 수익자총회를 거쳐야 하는데 수익자총회는 주주총회보다 더 힘든 절차"라며 "그건(배수 조정은) 대안에 해당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배율을 조정하려면 법이나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홍콩도 증권선물위원회(SFC)에서 관련 규정을 개정하면서 운용사가 약관 등을 공지하고 배율 조정이 가능해졌다. 그전까지는 거래소나 운용사에서 임의로 배율을 변경할 수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홍콩과 비슷하게 한국도 당국이 규제를 풀어주지 않는 이상 거래소나 업계 차원에서 (배율 조정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만약 당국에서 규정 변경 등을 검토한다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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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도 홍콩 SFC와 유사한 제재를 언급해 법 개정을 감수해서라도 부작용 완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는 쪽에 힘을 싣고 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업계 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두 배 레버리지의 상품성, 변동성을 줄이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며 "기초자산에 대한 목표 배율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라서 추가적으로 토론해야 한다"고 밝혔다.
-SFC, '변동 레버리지 배율'로 과도한 변동성 억제… 한국 투자 과열 주시하다 선제 대응한 측면

한국 증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이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대한 규정을 개정했다. AI(인공지능) 반도체 투자 열풍과 함께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급증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긴급 제동 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27일 외신을 종합하면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지난 24일 내놓은 레버리지·인버스(L&I) 상품 규정 개정안은 기존의 고정 레버리지 배율 구조에서 벗어나 시장 상황에 따라 목표 배율을 매일 조정할 수 있는 변동 레버리지 구조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운용 유연성을 높여 시장 안정을 강화하는 취지다.
◆ 홍콩 하닉 2배 레버리지, 고점대비 75% 빠져
SFC는 해당 상품의 경우 매일 장 마감 후 다음 거래일 레버리지 배율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당일 성과'를 목표로 설계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구조적 특성을 투자자들에게 이해시켜 투자 과열을 막겠다는 의도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기초자산의 당일 수익률을 추종하는 상품으로 박스권 장세에서 장기 보유하면 원금 자체가 줄어드는 등 손실 커질 위험이 있다.
SFC의 규정 개정 배경은 AI 반도체 투자 열기 속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국내외 투자 자금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폭발적으로 유입돼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는 데 있다. 특히 한국 시장 상황이 홍콩의 규정 개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홍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시장은 삼성전자(254,000원 ▲4,500 +1.8%)·SK하이닉스(1,816,000원 ▲57,000 +3.24%) 주가 급등과 함께 관련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자금이 몰리며 급성장했다. 홍콩 CSOP자산운용의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상품은 한때 순자산 168억달러(약 24조6500억원)까지 확대해 홍콩 최대 ETF로 등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도체주 조정 움직임으로 불과 한 달 만에 사상 최고점 대비 약 75% 폭락하며 레버리지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 외신 "투자자들, 반도체기업 베팅하려다 과열"
이처럼 한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홍콩 증시마저 변동성이 커지자 당국이 시스템 리스크를 차단하고 시장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나선 걸로 풀이된다. 한편으로 한국에서 발생한 레버리지 상품 투자 혼란을 의식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아시아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 대한 베팅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활용하면서 투자가 과열됐다"며 "이런 막대한 자금 유입이 시장 지형을 바꾸고 변동성을 키우자 당국의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홍콩의 이번 규정 개정이 향후 글로벌 파생 상품 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주요 국가의 금융 당국이 최근 단일 종목 레버리지 투자 열풍에 따른 부작용을 주시하고 있다. 홍콩은 미국과 같은 초대형 시장은 아니지만, 중국 본토 투자 수요를 흡수하는 아시아 핵심 금융 허브로 불린다. 특히 일찍부터 단일 종목 레버리지 등 다양한 파생 상품을 허용하며 아시아 레버리지 시장을 주도해왔다.
-홍콩, 단일종목 레버리지 배율 수시조정 도입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및 인버스(L&I) 상품의 경우 매일 2배 한도에서 레버리지 배율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게 운용 규칙을 개정하고 투자자들을 향해 5가지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27일 외신을 종합하면 각각 영어 단어 매일(daily)의 첫 글자인 'D-A-I-L-Y'를 딴 이 체크리스트는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을 고려, 사전 지식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기초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방향으로 몇 배씩 추종하도록 설계된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 홍콩 'D-A-I-L-Y' 레버리지 투자 체크리스트
▷D= 레버리지 또는 인버스 상품은 하루 동안의 수익률을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며칠 동안 연속해서 갖고 있으면 시장이 오르내릴 때 원금을 더 많이 잃게 되는 이른바 '음의 복리 현상'이 발생한다. 때문에 하루 이상 보유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
▷A= 각종 수수료, 비용 등이 매일 빠져나간다. 금융 파생계약 체결 비용, 옵션 비용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수수료들이 매일 순자산가치(NAV)에서 조금씩 깎여 나간다. 오래 보유할수록 누적 비용 때문에 투자자의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I= 실시간으로 레버리지 상품의 가치를 확인해야 한다. ETF의 NAV(순자산가치)는 장 마감 이후 계산된다. 그러나 ETF는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해야 하므로 실시간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가 필요하다. 이를 '보여주는' 또는 '지시하는'(Indicative) 가치라는 뜻에서 'iNAV'라 부른다. iNAV를 수시로 확인해야 너무 비싸게 사거나 반대로 너무 쌀 때 팔아서 손해를 보는 일을 줄일 수 있다.
▷L = 레버리지 배율 변동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상품에 따라 시장 상황에 의해 기초자산의 몇 배로 움직이는지 적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산 상품이 정확히 어떤 규칙으로 움직이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Y= 직역하면 '당신의(your) 환경'이란 의미다. 구조가 복잡하고 변동성도 큰 투자상품에 들어가기 전에 내 투자 목적이 단기 시세차익인지, 리스크를 감내할 재정적 여유가 있는지 환경부터 점검해야 한다. 수익이 큰 만큼 손실도 순식간에 크게 날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SFC는 이번 규칙 개정으로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상품 운용 여력이 크게 영향받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대해 '변동 레버리지 구조'(flexible leverage structure)를 적용토록 했다. 해당 상품은 레버리지 최대 2배, 인버스 상품은 최대 마이너스(-) 2배인 기존 상한 안에서 레버리지 배율을 매일 조정할 수 있다.
상품 운용사는 다음 거래일 적용 배율을 매일 장 마감 이후 공시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목표 레버리지 배율을 낮춰 거래량이 많아지는 장세에서 운용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