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2일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됐다. 지난 2013년 7월 검찰에 구속 기소된 후 3년여 만으로, 대기업 총수 중에서는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검찰에 1600억원대 조세포탈과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3년1개월간 1심, 2심에 파기환송심까지 거쳤지만 실형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이번 8.15 특별사면을 앞두고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극적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그사이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에 2013년 받았던 신장이식수술까지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건강은 더욱 악화됐다. 이 회장이 3년간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하거나 연장한 횟수만 10번이다.
◇2013년 구속부터 2년6개월 형 확정까지=1심 재판부는 횡령 719억원, 배임 363억원, 조세포탈 260억원을 유죄로 판단, 2014년 2월 징역 4년의 실형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이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2심에서는 비자금 조성에 다른 회삿돈 604억원 횡령혐의를 무죄로 보는 등 일부 유·무죄 판단을 다시해 횡령 115억원, 배임 309억원, 조세포탈 251억원만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1년 감형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건강이 악화된 이 회장을 고려해 CJ그룹 측은 상고를 거듭했고, 2015년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당시 CJ측의 기대는 컸다. 앞서 김승연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나는 등 '파기환송심→집행유예'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해 8월 아버지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별세 당시에 빈소를 지키지 못할 정도로 악화된 이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해줄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파기환송심에서도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았고, CJ그룹은 지난해 말 또 다시 상고를 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올 7월,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 실시를 결정하면서부터다. '기업인 등 사회지도층은 제외한다'는 것이 사면원칙이지만 2015년 광복절 특사에서 원칙이 깨진바 있는 만큼, 이번에도 기업인 사면 기대감이 컸다.
CJ그룹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다 7월말 대법원에 상고포기서를 제출하고 2년6개월의 형을 확정받았다. 특사는 형이 확정된 경우를 대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했다. 자칫 특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형을 살아야 하는 위험이 있지만,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특사에 포함되길 희망한 것이다. 벌금 252억원은 형 확정 사흘 뒤 일시불로 냈다. CJ 측은 이 회장의 손과 발 사진까지 공개하며 "기업 총수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생명권, 치료권을 보장받게 되길 희망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짧은 수감기간·형평성 우려 '극복'=이 회장은 10차례에 걸쳐 구속집행정지나 정지 연장을 신청한 탓에 수감기간이 짧다는 약점이 있었다. 이에 막판까지도 특사 대상에 포함하는 것과 관련,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18일 구속기소 후 약 한 달간 수감 됐다가 그해 8월20일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2014년 4월30일 법원이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한차례 불허하면서 2개월여 복역했지만, 수감 중 응급실로 이송되는 등 건강이 악화해 6월말 다시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이후 3~4개월 간격으로 구속집행정지기간을 연장해왔다.
한편 이번 사면과 관련해 이 회장은 "치료와 재기의 기회를 준 대통령과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CJ에 따르면 이 회장은 현재 팔 근육 위축, 소실속도가 빨라져 젓가락질을 못하고 식사를 포크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지 역시 근육위축으로 발등이 솟아오르고 발가락이 굽어 자력보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종아리 근육은 2012년말 대비 26%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