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兆 가치' 韓 패션 브랜드 키워내야

배영윤 기자
2016.09.19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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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니위니가 아직도 있었어?" 이달 초 이랜드가 패션 브랜드 티니위니를 중국 여성복 기업 브이그라스(V·GRASS)에 1조원 규모로 매각했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된 패션업계 M&A 중 최대규모다. 2013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약 1조원을 투자해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의 지분 94.2%를 인수한 것을 웃도는 수준이다.

'티니위니 매각'은 패션업계 화젯거리였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의아한' 이야기였다. 2000년대 초반 중·고생시절을 보낸 이들에게는 '추억의 브랜드'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미 없어진 줄 알았는데 1조원에 팔렸다는 소식에 적잖게 놀랐다는 반응도 상당수였다.

1997년 론칭해 테스트숍으로 시작한 티니위니는 2000년 삼성동 코엑스에 정식 매장을 열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캐주얼부터 여성복과 남성복, 아동복 등 상품군을 확장해 나갔다. 이어 2004년 중국에 진출해 현재 주요 백화점과 쇼핑몰에 1300여개 직영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4218억원, 영업이익 1120억원을 거뒀다.

이랜드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티니위니를 팔겠다고 했을 때 중국 현지 업체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1조원을 웃도는 가격을 써낸 업체도 5곳이나 됐다. 티니위니는 곰을 좋아하는 중국인들 취향을 저격한 디자인 전략으로 중국 주요 매장에서 캐주얼 부문 매출 1~2위를 차지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중국 전역에 분포한 광범위한 유통망이 투자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중국 내 인기 덕에 국내 티니위니 매출도 늘었다. 한국을 찾는 유커(중국 관광객)들에게 쇼핑 필수코스로 떠올라서다. 명동 티니위니 매장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유커들도 적지 않다. 중국과 국내 상품을 다르게 구성한 것도 그들의 발길을 이끄는 데 한몫했다.

티니위니가 국내에서 '한물간' 브랜드로 치부되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핫한' 브랜드로서 1조원 가치를 평가 받았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국내에서는 '한물 간' 브랜드로 기억에서조차 사라졌지만 '대륙'에서는 생명력을 연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를 등한시한 것은 아니겠지만, 중국에서 '티니위니' 가치를 이어가기 위한 차별화 노력이 눈물겨웠을 듯 하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패션업계 위기설이 나온 지 오래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차별화 전략으로 성장하는 브랜드는 있다. '1조원 가치'를 평가 받는 한국 패션 브랜드가 앞으로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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