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유통산업에선 정부가 제시하는 발전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어떤 업종은 때마다 '진흥', '성장' 정책이 발표되지만 유통업에선 들어본 적 오래다. 관련 법령인 유통산업발전법은 '발전'을 칭하고도 규제투성이다. 국회에선 정당과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이 법을 바꿔 규제를 늘리려 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난 16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달 24일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대규모점포 개설 규제 등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앞선 두 정부는 규제 해소를 공약하며 집권했지만 유통산업만큼은 규제 일색이었다. 유통산업의 구조적인 발전 정책이나 경쟁력 강화 방안이 제시된 적이 없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규제가 강화됐지만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해 그들의 매출과 이익이 늘었다고 명확히 입증된 적도 없다. 규제 효과로 이익이 늘었더라도 결국 대형 유통업체의 그것을 떼어준 것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플러스 알파 효과가 없는 제로섬 게임을 조장하는 정책에 가까웠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유통업에 대한 '발전적' 관심은 소비진작이 급히 필요할 때 등장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소비침체가 극심해지자 정부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열었고,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적극적인 참여를 이끄는데는 실패했다. 글로벌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산업의 급성장에 온라인 쇼핑업체들을 갑자기 아끼고 들 때도 있었다. 전자상거래 수출을 활성화하겠다며 주무부처 장관이 업계 CEO(최고경영자)들을 불러모았지만 구체적인 정책이 없다는 것을 알았던 일부 CEO들은 장관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새 정부에선 상황이 좀 달라질까? 소득주도성장은 결국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를 활성화해 경제성장으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시장의 핵심인 유통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까? 한 대형 유통업체 임원은 "발전과 성장은 기업의 존재 이유"라며 "소상공인들에게는 시혜적 지원이 아닌 근본적 성장책을, 대형 유통업체들에게는 산업 차원의 구조적 발전 정책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새 정부에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