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뷰티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어려운 시험을 치른 후 성적표를 기다리는 학생처럼 불안하다"고 하소연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고속성장하던 K뷰티가 한풀 꺾였다. 올해 초만 해도 업계 관계자들은 '사드로 인해 일시적으로 영향 받을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중국이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 조치를 내린 지 3개월여가 지난 지금, 상황은 악화일로다.
서울 명동이 대표적이다. 'K뷰티 천국'이라 불리는 명동은 업체들의 비용을 갉아먹는 개미지옥이 됐다. 2010년 전후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가 급증하면서 화장품 업체들은 명동 입성에 열을 올렸다. 유커 쇼핑 필수 코스인데다 한번 쇼핑에 캐리어 한가득 대량 구매하는 '큰손'들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월세, 관리비, 인테리어 등 명동 매장 운영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아도 수십억대 매출과 홍보 효과를 생각하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최근 명동에는 유커 빈자리만 드러난 게 아니었다. 매출 급감으로 높은 월세를 감당 못해 곳곳에 빈 매장이 속출하고 있다.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매장들은 동남아·일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을 내걸고 있지만 유커 빈자리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증권업계도 주요 화장품 업체들이 2분기는 물론 올해 전반적으로 암울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화장품 시장이 정체되고 중국 사업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각 업체들은 저마다 '포스트 차이나' 시장 찾기에 급급하다. 동남아·일본 등지에서 K뷰티 인기가 부상하고 있지만 '열풍'이라고 부를만한 단계까지 가려면 멀었다. 중동·중남미 등 신시장 개척을 위해서 극복해야 할 난관도 많다.
'중국'이 K뷰티 성장의 촉매제였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성장의 발판은 '제품'이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글로벌 시장이 화장품 변방국에 불과했던 한국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쿠션', 'BB크림'과 같은 전에 없던 '혁신 제품' 때문이었다. 쿠션 창시자인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샤넬·디올 등을 제치고 세계 화장품 순위 7위에 올랐다. BB크림으로 유명한 토종 브랜드 닥터자르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라'. 지금 K뷰티에 가장 필요한 말이다. 글로벌 시장을 이끌 수 있는 또 다른 혁신 제품 개발 등 '정공법'으로 제2도약을 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