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국내 패션업계에 활기가 돈다. 지난해 겨울부터 '롱패딩' 인기가 높아지더니 올해 '평창 롱패딩'이 기폭제가 돼 그야말로 '열풍'이다. 기존에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 중심이었지만 이젠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아동복·여성복에서도 경쟁적으로 내놓는다. 수량의 차이는 있지만 브랜드마다 '완판' 소식도 잇따라 들린다.
무작정 유행을 좇는 소비 현상에 쓴소리가 나온다. 수년 전 고가 다운점퍼가 유행할 때를 떠올리며 '제2의 등골브레이커'라는 지적도 있다. 당시 다운점퍼 물량을 늘렸다가 유행이 식자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았던 아웃도어 전철을 밟을 것이라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비판 이전에 패션산업만의 특수성을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패션에 대한 소비자 취향은 빨리 변한다. 취향을 정확히 예측하거나 정량적 데이터로 산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스타가 입으면 하루아침에 '대세 아이템'이 되는 게 현실이다.
학계에서는 유행 현상 특성에 따라 '패드'(fads), '패션'(fashion), '트렌드'(trend), '클래식'(classic) 등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패드'는 아주 짧은 기간에 나타나는 일시적 유행이다. 급속히 인기를 얻었다가 정점에 도달한 후 곧바로 식는다. '패션'도 일시적 열풍을 뜻하지만 주기적 반복성을 띈다는 점에서 패드와 구별된다.
추세·동향을 뜻하는 '트렌드'는 패드·패션에 비해 중장기적으로 나타나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클래식'은 오랜 기간 인기가 지속된다. 흰 티셔츠, 블랙 드레스, 트렌치코트 등 해가 바뀌어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클래식'이다.
롱패딩 열풍은 패드와 패션 그 중간쯤이다. 아이템이 바뀌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패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지속돼 왔다. 수년간 침체기를 지낸 패션업계에 모처럼 '들어온 물'에 열심히 '노 젓는' 업체들을 비판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패드'와 '패션'에 목매기보다 '트렌드'를 내다보고 '클래식'이 될 제품에 대한 고민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